Page 109 - 고경 - 2020년 1월호 Vol.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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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평가를 근거로 오성각별설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비판할 수
있다. 첫째, 만인은 평등하다는 부처님의 말씀에 위배된다. 『열반경』에서
는 선근이 하나도 없는 일천제一闡提, 불법을 비방한 사람, 오역죄를 범한
사람, 네 가지 중죄를 범한 사람도 모두 불성을 지니고 있으며, 그들도 반
드시 보리도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오성각별설은 현상적 차별상을
인간존재에 대한 근본적 한계로 인식한 것은 오류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제행이 무상하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위배된다. 태어나면서부
터 고정불변의 성품을 갖고 태어난다는 것은 태생의 종교라는 브라만의
관점과 다르지 않다. 사람의 성품은 태생에 의해 결정된 것이 아니라 조
건에 따라 변화하는 연기적이며, 가변적이다. 그런 점에서 사람은 태어나
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다. 32상 80종호
로 부처를 볼 수 없듯이 중생의 현상적 모습만을 놓고 근본을 규정할 수
없다. 만약 그것이 진리라면 살인마 앙굴리말라는 결코 교화되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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