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8 - 고경 - 2020년 1월호 Vol.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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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다섯 단계로 나누어 우열을 구분하는 것이다. 그런 차별성은 성문 연
각의 지위만 얻도록 예정된 결정종성과 어떤 지위도 확정되지 않는 부
정종성으로 대별된다. 둘째는 결코 성불할 수 없는 무성유정을 설정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자은사 규기窺基는 선근이 없는 일천제(一闡提,
Icchantika)는 영원히 성불할 수 없다는 ‘일천제불성불론一闡提不成佛論’을
주장했다.
규기에 따르면 성불할 수 없는 무성유정은 다시 세 가지로 세분된다.
즉, 생사 자체를 즐기는 단선근천제斷善根闡提, 열반을 추구하지 않는 대
비천제大悲闡提, 열반의 성품이 완전히 결여된 무성천제無性闡提가 그것이
다. 단선근천제나 대비천재는 자신의 의지로 성불을 추구하지 않는 것이
라면 무성천제는 자질이 결여되어 성불할 수 없는 자를 말한다.
그러나 신라 출신의 원측圓測은 규기의 이런 교설에 반론을 제기했다.
원측은 ‘무성종성인 일천제는 성불할 수 없다’는 주장은 방편적 교설이라
고 보았다. 근본에 있어서는 일체 중생이 여래장如來藏을 가지고 있음으
로 모든 중생이 성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현상적으로 보면 중생의
성품이 우열이 있고, 차별적으로 보이지만 근본에서 보면 모든 중생이 성
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승의 관점에서 보면 성문·연각·보살로 구분
되고, 일천제는 성불할 수 없다. 하지만 일승의 관점에서 보면 모든 중생
은 불성을 지니고 있고, 그들은 모두 성불할 수 있다는 것이 원측의 ‘일체
개성설一切皆成說’이다.
성철 스님도 모든 중생은 불성을 지녔다는 것은 모든 종파의 보편적
관점이자 불교사상의 기본이라고 보았다. 그런 점에서 오성각별설은 비
록 교학적으로 전혀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단히 파격적인 주
장이고, 현상적 차별상을 절대시한 것은 문제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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