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9 - 고경 - 2020년 1월호 Vol.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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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조건들이다. 그리고 다완에

                                            는 ‘약속사항’이라는 것이 있다. 형
                                            태는 물론이고 유약의 색, 굽의 형

                                            태와 크기 등 각각의 다완이 가지
                                            는 개성 또한 약속에 의한 것이어
                     기자에몬 이도다완.
                                            야 한다. 그 기준에 고려다완이 적
            합하기도 하고 고려다완을 기준으로 약속사항이 생긴 것도 있는 듯하다.

              일본의 국보로 천하 명물로 칭송되는 기자에몬喜左衛門 이도井戶는 오
            사카성과도 바꿀 수 없다고 했다. 이도다완은 우리나라 진주근방에서 만

            들어진 사발로 추정만 될 뿐 시기나 경로 등 어느 것도  확실한 증거는 없
            어 더욱 신비감을 갖게 한다.

              우리 민족 예술품을 높이 평가하며 조선 도자기의 새로운 해석의 시발
            점이 된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는 교토 대덕사 고봉암에 소장된 ‘기자에몬

            이도’를 참배한 후 이 그릇에 이런 찬사를 남기기도 했다.



                “그것은 평범, 더할 수 없는 범기다. 흙은 뒷산에서 파온 것이
                다. 유약은 화로에서 퍼온 재다. 물레는 축이 흔들거린다. 아

                무렇게나 깎아낸 그릇이다. 손에는 흙이 묻은 채이다 유약은
                쏟아져 고대에 묻기도 했다. 방은 어둡고 도공은 문맹이다. …

                이것이 틀림없는 천하의 명기 ‘대명물’의 정체인 것이다. 그러
                나 그것으로 좋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것이다. 범범하

                고 파란 없는 것, 꾸밈이 없는 것, 사심이 없는 것, 솔직한 것,
                자연스러운 것, 뽐내지 않는 것, 그것이 어여쁘지 않고 무엇이

                어여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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