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6 - 고경 - 2020년 2월호 Vol.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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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성으로 하고, 이끌어[引] 전전[轉] 할 수 없음[不可], <즉 다른 것에 이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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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생각을 바꾸거나 전향 또는 변화하지 않는 것>을 작용으로 한다.” 라
고 주석합니다. 또한 명나라 지욱 스님(『대승백법명문론직해』)도 “승해란 결
정된 대상을 유예하지 않고 인가[인정]하고 임지[마음속에 지녀서]하는 것을
본질로 하고, 다른 조건[他緣]에 이끌리고 유혹되어[引誘] 바꿀 수 없는 것
10)
11)
[不可改轉] 을 작용으로 삼는다.” 라고 주석하고 있습니다.
『대승백법명문론직해』와 『성유식론』의 주석을 해석해 보면 다음과 같
은 내용일 것입니다. 승해란 ‘어떤 대상이나 상태를 의심하지 않고 확신
하여 자신의 마음 속에 그것을 각인하고 계속 유지하려고 하는 마음작용,
그리고 다른 조건他緣에 이끌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신념·사고방
식[가치관]을 바꾸거나 버리지 않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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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대승백법명문론직해』와 『성유식론』 에서는 결정된 대상에 대
해 ‘유예하는 것’은 승해가 아니라고 정의합니다. 왜냐하면 ‘유예한다’는
것은 확신하지 못하고 ‘주저한다’는 뜻으로, A를 A라고 B를 B라고 확실
하게 단정하지 못하고 ‘의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신심信心이 없는
의심하는 대상에는 결코 승해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승해는 신
8) 인전引轉이란 ‘생각을 바꾸거나 뒤집는다’는 의미이다. 즉 어제는 A라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B라고 생
각하는 것을 말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다른 사람이 반론을 제기하면 자신의 신념이나 생각을
버리거나 바꾸는 것을 말한다.
9) 於決定境印持爲性. 不可引轉爲業.(『대정장』 31, p.28b10-11)
10) 지욱 스님은 『성유식론』의 주석 내용을 이어받아 ‘인印’을 ‘인가印可’, ‘지持’를 ‘임지(任持, 마음에 지니는 것)’
라고 주석한다. 즉 인지印持를 ‘의심하지 않고[유예] 인정하고서 마음속에 지녀[새겨] 잊지 않는 것’이라
고 이해한 것이다. 그리고 ‘불가인전不可改轉’을 다른 조건[他緣]에 이끌리고[引] 유혹되어[誘] <생각을>
바꾸거나[改] 변화하지[轉] 않는 것[不可]이라고 주석한다.
11) 於決定非猶豫境. 印可任持. 而爲體性. 不可以他緣引誘改轉. 而爲業用.(『속장경』 48, p.342c16)
12) 故猶豫境勝解全無. 非審決心亦無勝解.(『대정장』 31, p.28b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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