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2 - 고경 - 2020년 2월호 Vol.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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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제의 종지가 땅에 떨어지려 할 때                 臨濟一宗當落地

                난데없이 고담선사가 돌출하였네.                   空中突出古潭翁
                삼 척의 취모검을 높이 뽑아 들고                  把將三尺吹毛劍

                정령들 모두 베었으나 흔적이 없네.                斬盡精靈永沒蹤


             임제종지가 쇠퇴할 무렵, 걸출한 고담 선사가 출현하여 종풍을 살렸음
           을 읊고 있다. 여기서 주목을 끄는 것은 ‘취모검’이다. ‘취모검’이란 칼날

           이 매우 예리하여 머리털 같은 것을 갖다 대고 입으로 ‘훅’ 불기만 해도 잘
           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 예리한 칼날은 번뇌 망상을 베어버리는 칼이란

           뜻에서 선적 지혜를 상징한다. 마지막 구절 ‘취모검’에 잘려 버린 ‘정령’은
           음계를 맴도는 죽은 자의 영혼을 말하는 것으로, 끈질기게 달라붙는 번뇌

           를 상징한다. 번뇌의 구름을 제거하고 나면 본래 청정한 자성의 지혜는
           스스로 빛을 발한다. 그야말로 순일 무잡한 원음의 세계가 된다. 지혜의

           칼을 고담선사의 몫으로 돌렸으나, 사실은 나옹 자신이 쓰고 있음을 은근
           히 내비치고 있다.

             ‘나옹삼가’로 불리는 「완주가」·「백납가」·「고루가」는 보배스러운 구슬,
           누더기 옷, 해골 같은 이미지를 통해 삶에 집착하지 말고 불성을 찾을 것

           을 강조하고 있다. 완주玩珠는 구슬을 가지고 논다거나 구슬을 감상한다
           는 의미가 있는데, 「완주가」에서는 상주불변하는 ‘불성’이 ‘구슬’의 이미지

           로 잘 표현되고 있다.



                신령한 이 구슬 너무나도 영롱하여                      這靈珠極玲瓏
                그 자체는 항하사를 감싸 안팎이 비었고                 體徧河沙內外空

                사람마다 포대 속에 당당히 들어 있어                  人人帒裏堂堂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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