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4 - 고경 - 2020년 2월호 Vol.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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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를 들어 보이며, “산하대지와 초목 총림이 모두 하나의 법왕신인데,

           이것을 어디에 입혀야 하느냐?”고 물었다. 사자가 모른다고 하자 자기 왼
           쪽 어깨를 가리키며 “여기에 입혀야 한다.” 하고 외쳐 고려인의 기개를

           한층 드높였다 한다. ‘물욕이 온갖 고통의 근원’임을 깨달은 수행자에게는
           한 잔의 차[一椀茶]와 일곱 근의 장삼[七斤衫]이면 족한 삶이기에, 편리한

           누더기 옷이 현란한 금란가사 보다 소중함을 나옹은 강조하고 있다. 마지
           막 시구 ‘음광유적’은 가섭존자에게서 시작된 선맥이 나옹 선사 자신에게

           그대로 이어져 면면히 계승되고 있음을 은근히 내비치고 있다.
             요컨대 철저한 무소유의 삶을 지향한 나옹 선사의 시 세계는 시공을

           초월하여 사물을 직관하고 삶을 관조하는 양상을 보인다. 물론 그 바탕은
           그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으며, 항상 청정한 본성을 찾으려는 철저한 수행

           자의 올곧은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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