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3 - 고경 - 2020년 2월호 Vol.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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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고 가며 가지고 놀아도 끝이 없구나.                  弄去弄來弄莫窮


              영롱한 ‘구슬’(마니주 혹은 영주)로 불리는 ‘불성’이 각자의 마음속에 감추

            어져 있건만, 무지한 중생은 그걸 깨닫지 못하고 어둠 속을 헤맨다. 마니
            주는 있는 곳에 따라 각각 다른 색깔을 비쳐 준다. 때문에 마니주 본래의

            색깔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마니주 자체의 색깔이 없는 것은 아
            니다. 그것은 바로 근기에 따라 자재하게 응하는 그 청정한 속성으로, 이

            름과 모습 비록 많아도 본체는 다르지 않는 저마다 지닌 ‘불성’을 의미한
            다. 그러기에 각자에게 내재된 그 신묘한 힘, 즉 ‘불성’을 찾으면 더 없이

            밝은 달이 가을 강에 충만하리라는 것이 나옹의 생각이다.
              누덕누덕 헝겊조각을 누벼서 만든 누더기 옷이 ‘백납’百納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누더기 옷이지만, 걸림 없이 살아가는 선승들이 철저한 무소유
            정신으로 두타행을 몸소 실천하며 만족을 얻었던 삶의 표상이다. 이러한

            소욕지족의 청빈한 수행자의 삶이 「백납가」에 잘 나타나 있다.



                때론 자리로 쓰다가 옷으로 삼으니                       或爲席或爲衣
                철 따라 때에 따라 적절하게 쓰이네.                   隨節隨時用不違

                이로부터 두타행에 만족할 줄 아나니                    從此上行知己足
                가섭 존자 끼친 자취 지금에도 살아있네.                 飮光遺跡在今時


              ‘백납’은 수행자의 일상생활에 있어 다양한 용도로 두루 쓰인다. 자리

            로도 쓰이고, 옷으로도 삼으며, 철따라 때에 따라 알맞게 쓰인다. 나옹
            선사는 한 때 원나라 황제로부터 금란가사와 상아불자象牙拂子를 선물로

            받고, 황제를 위하여 개당법회를 열었다. 이때 선사는 사자使者에게 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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