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6 - 고경 - 2020년 2월호 Vol.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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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부터 성인으로서 존재해 왔고, 그의 가르침에 대한 연구는 불학으로서
자리해 왔다. 공맹순公孟筍의 가르침에 대한 연구인 유학과 노장신한老莊
申韓 및 황제黃帝와 열자 등의 가르침에 대한 연구인 도(선)학에 상응해 말
이다. 이 때문에 서구에서 발견되고 유럽인들에 의해 발명된 ‘근대’ 불교학
이전에 동아시아에서는 오랫동안 ‘전승’ 불학이 자리해 오고 있었다. 그것
도 유학과 도학과 함께 국학의 범주 속에서 말이다. 이것을 과학적 분석적
합리적 방법을 지닌 서구 학문의 잣대 유무로만 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부분을 간과하고 불교학만 얘기한다면 우리의 전통학을 방기하는
것이다. 전통은 사전에서는 ‘어떤 집단이나 공동체에서 과거로부터 이어
내려오는 바람직한 사상이나 관습, 행동 따위가 계통을 이루어 현재까지
전해진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전통학이란 ‘어떤 공동체에서 오랫동안
전해져오는 사상과 관습 및 행동의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전통의 정의에
서 ‘바람직하다’는 것은 ‘기준’ 혹은 ‘모범’ 또는 ‘본보기’로 삼아왔음을 의
미한다. 이것은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내려오는 고유한 ‘표준’이라고 할 수
있다. 불도유 또는 불선유 삼교의 하나인 불학은 도학과 유학과 함께 국
학의 본보기로서 이 땅에서 면면히 이어져 왔다. 이렇게 불학은 계학 정
학 혜학의 삼학의 지평 위에서 불보 법보 승보의 삼보와 경장 율장 논장
의 삼장의 학문적 체계를 내면화해 왔다.
고구려의 승랑과 의연과 보덕, 백제의 겸익과 현광과 혜균, 신라의 원
측과 원효와 의상 등의 학문적 체계는 삼학과 삼보와 삼장의 체계를 통
섭하고 있다. 이후 고려의 균여와 지눌과 일연, 조선의 보우와 휴정과 경
허 등도 이러한 체계를 계승해 왔다. 이들은 학문의 내용인 ‘무엇’What보
다는 학문의 방법인 ‘왜’Why에 대해 폭넓게 배우고[博學], 자세히 물으며
[審問], 신중히 생각하고[愼思], 더 밝게 분변하며[明辯], 독실히 행하는[篤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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