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9 - 고경 - 2020년 2월호 Vol.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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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변견이 부정된다.

              둘째는 비무非無로써 무를 부정한다. 존재의 실상이 텅 비고 공하다고
            해서 진여의 이치가 되는 공[眞如空理]과 객관대상의 근원이 되는 참다운

            식[能緣眞識]까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모든 것을 부정만 하면 단견에
            떨어져 역시 실상에서 멀어진다. 비록 대상으로 인식되는 아我와 법法은

            그 실상이 공하지만 단멸공이 아니라 연기공으로써 존재한다. 마음 밖에
            분별 되는 갖가지 현상들은 실체가 없지만 그들 존재의 근본이 되는 참된

            식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세상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단견이 부정된다.

              셋째는 중도로서 있음과 없음을 동시에 부정하고 또 동시에 긍정하는
            것이다. 공이란 존재의 연기적 관계성을 의미함으로 공이야말로 존재의

            원리[空卽其理]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유식사상은 처음에는 아와 법이라는
            현상적 존재들을 부정하고[初離有], 다음 단계로 공과 식을 인정함으로써

            없음을 부정한다[後離無]. 따라서 유식은 있음과 없음을 동시에 부정하고,
            동시에 긍정함으로 중도의 이치에 부합한다.




              유식무경


              법상유식의 근본도 중도라는 것은 『성유식론』의 미륵 보살의 게송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미륵 보살은 “일체법은[故說一切法] 공도 아니고 공 아
            님도 아니며[非空非不空], 있고 없으며 함께 있기 때문에[有無及有故] 이것이

            중도에 계합한다[是則契中道].”고 노래하고 있다.
              모든 존재는 어떤 실체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무것도 없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눈앞에 드러난 존재는 가유假有로서 분명히 존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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