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3 - 고경 - 2020년 3월호 Vol.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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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그치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고 생각을 그치고 멍청하게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명상은 ‘욕구와 생각을 내려놓고 또렷이 깨어있는 것’입니
다. 풀어서 설명하자면 명상이란 ‘부정적인 생각을 어둡게 하여 어느 한
대상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 명상은 영어 ‘마인드
풀리스mindfulness’의 번역입니다. 그리고 ‘mindfulness’는 팔리어 ‘사티sati’ 2)
의 번역이며, 범어로는 ‘스무르티(smṛti, 念·記憶·想起)’라고 합니다. 크게
보면 념이란 ‘마음의 산란함 즉 부정적인 생각[想]을 가라앉게 하여[어둡게
하여] 어느 한 대상에 집중하는 것[기억, 상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명상冥想,
사티sati, 스무르티(smṛti, 念)는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유식에서는 념smṛti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요?
유식에서 념이란 ‘자신이 과거에 익힌 것[배운 것]이나 경험한 대상을 분명
하게 기억하여 잊지 않으려는 마음작용’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필자
가 념을 이렇게 정의한 근거를 제시해보겠습니다. 먼저 세친보살의 저작
이자 부파불교[『구사론』]와 유식사상의 가교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
3)
승오온론』에서는 념을 “익숙하고 익힌 것[串 習事]에 대해 마음이 잊지 않
2) ‘sati’는 mindfulness, awareness, noting, attention, bare attention 등의 영어로 번역한다. 그래
서 ‘마음챙김, 주의집중, 알아차림, 마음지킴, 마음집중, 순수한 주의’ 등으로 번역한다. 현재 한국에
서 가장 널리 쓰이는 번역은 ‘마음챙김’과 ‘알아차림’이다.
‘존 카밧진 박사는 마음챙김[mindfulness]을 “현재의 순간에 주의를 집중하는 능력, 의도적으로 몸과 마
음을 관찰하고 순간순간 체험한 것을 느끼며, 또한 체험한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고 하였다. 또는 “순간순간 펼쳐지는 경험에 대해 의도적으로, 바로 그 순간에 평가하지 않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을 통한 알아차림”이라고도 하였다. 배어baer 박사는 “생겨나는 그대로, 연속적으로 내
적, 외적 자극들에 대한 평가하지 않는 고찰”이라고 정의하여 비판단nonjudgement의 의미로까지 마음
챙김의 정의를 확장한다. 또한 거머germer 박사는 마음챙김을 “현재의 경험을 수용적으로, 자각하여
알아차리는 것이다”고 정의한다.
3) 익숙할 관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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