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7 - 고경 - 2020년 3월호 Vol.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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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한 반면, 『성유식론』에서는 다음에 등장하는 ‘정(定, samādhi)’의 의지
처라고 주석합니다. 이 말은 지난 호에서 설명한 승해勝解, 신信, 욕欲의
관계와 동일합니다. 승해를 근거로 신이 생기며, 욕은 신을 근거로 생깁
니다. 즉 신의 원인은 승해이고, 신의 결과는 욕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
리고 욕은 다시 근[정진]의 근거가 됩니다. 즉 수행 정진이 시작되는 것입
니다. 이처럼 념, 정, 혜의 관계도 동일합니다. 즉 ‘정’심소는 ‘념’을 근거
로 해서 생긴다고 합니다. 그리고 ‘정’심소는 ‘혜(慧, prajñā)’심소의 의지처
가 됩니다. 즉 ‘혜’심소는 ‘정’심소를 근거로 해서 생기하는 것입니다. 그
래서 념→정→혜의 순서로 생기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또 하나 독자들께서 유의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념의 심소도
다른 별경심소와 동일하게 선 또는 악[不善] 모두에게 작용한다는 것입니
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어떤 것에 계속해서 집착하고 기억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집착하는 념, 즉 집념執念이 됩니다. 또한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원
한을 품어 계속해서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은 원망이나 원념怨念이 됩니
다. 이처럼 나쁜 념念이 되는 것입니다. 반면 붓다의 가르침이나 진리를
계속해서 기억하고자 하거나, 붓다에게 진심으로 염불念佛하거나 염원念
願하는 것은 좋은 념念이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마음이 끊임없이 선한
념으로 가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처님[불교]께서는 우리
에게 끊임없는 수선단악(修善斷惡, 선을 닦고 악을 끊는다)의 수행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namas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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