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6 - 고경 - 2020년 3월호 Vol.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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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원효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 남북 교판에 대해 ‘만일 한쪽 견
해에만 집착하여 한결같이 그렇다고 하면 두 설을 다 잃을 것이요, 만
일 상대를 인정해 주어 자기 설만 고집함이 없으면 두 설을 다 얻을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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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라고 갈파한 뒤, 5시時 5종宗으로 경전의 깊은 뜻을 판석하려는 좁은
견해를 경계하고 있다. 그리하여 그는 『대품반야』·『법화』·『열반』·『화
엄』 등을 다 같이 구경요의라고 보는 포괄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5)
원효는 새로운 교판으로서 삼승별교와 삼승통교, 일승분교와 일승만
교라는 4교판을 짜면서 일승분교에 여래장과 대승윤리를, 일승만교에 보
현교로서 『화엄경』을 배대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사상의 큰 줄기는 『기신
론』과 『화엄경』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나아가 원효는 『법
화경』의 삼승(방편) 일승(진실)설에 의거하여 “승문乘門에 의하여 4종을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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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略說)한다”고 말하면서 다음의 4교판을 제시하고 있다. 원효는 4교판
에서 이승과 함께하지 못하는 것을 일승一乘이라 하고, 그 중에 보법普法
이 나타나지 않은 것을 수분교隨分敎라 하고, 보법을 궁구하여 밝힌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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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만교圓滿敎라고 일컫는다. 그는 삼승별교에는 아직 ‘존재의 공성法空’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제경』과 『연기경』 등의 아함교의를 배대한다. 그런
뒤에 원효는 모든 존재의 공성에 대해 이해가 있는 『반야경』의 중관교의
와 『심밀경』의 유식교의를 삼승통교에 넣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삼승의
상위개념으로서 일승을 분교와 만교로 나누었다.
4) 元曉, 『涅槃經宗要』(『한불전』 제1책, p.547상).
5) 高榮燮, 『원효, 한국사상의 새벽』, 1997; 『나는 오늘도 길을 간다』, 서울: 한길사, 2009.
6) 表員集, 『華嚴經要決問答』 권4, 分敎義(『한불전』 1책, p.366상).
7) 表員集, 『華嚴經要決問答』 권4, 分敎義(『한불전』 2책, p.385중); 法藏, 『華嚴經探玄記』 권1(『대정장』 35책, p.111
상); 慧苑, 『刊定記』 권1(『속장경』 5편, 9투, 8책 상); 澄觀, 『華嚴經疏』 권2(『대정장』 35책, p.510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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