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8 - 고경 - 2020년 4월호 Vol.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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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량으로 추리되는 대상 등의 의미는 같고 이름이 다를 뿐이다. 보기는

           ‘소리는 무상하다’, ‘소리는 무아이다’ 등이다. 따라서 이 교파는 현현분,
                                                         28)
           은폐분, 극은폐분極隱蔽分[三所量分, gzhal ba’i gnas gsum] 은 서로 모순된다
           고 주장한다.
                                                                      29)
             둘째. 언어[일반적 진실]를 분석하는 바른 지각이 얻는 대상(don, 境) 이
           면서 언어를 분석하는 바른 지각 그 자체에 대해 언어를 분석하는 바른
                                                  30)
           지각으로 되는 것 자체가 세속제의 정의이다.  보기는 항아리 같은 것이
           다. ‘올바른 세속제’와 ‘전도顚倒된 세속제’로 나누지 않는다. 올바른 세속
           제라는 것은 없고, 세속제면 올바르지 않고, 세속제면 전도됐기 때문이

           다. 그러나 세간 일반인의 인식 층면에 따라 올바른 세속제와 전도된 세
           속제로 분류된다. 세간의 인식 층면에서 보면 색色은 올바르지만, 거울

           속 얼굴의 영상(초상)은 세간의 인식 층면에서 전도된 것이다. 세간의 인
           식 층면에 따라 ‘올바른 세속제’라고 해도 반드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진실로 존재하는 색은 세간의 인식 층면에 따르면 올바른 세속제이기 때
           문이다[그러나 반드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31)








           28)  현현분, 은폐분, (최)극은폐분 셋을 삼소량분이라고 한다. 극은폐분은 경전에 나오는 수미산 같은 것
              을 가리킨다. 일반인들이 감각, 경험, 추리 등으로 파악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따라서 “현현분,
              은폐분, 극은폐분 셋은 서로 모순된다(어긋난다).”는 것을 유추類推할 수 있다.

           29)  ‘언어를 분석하는 바른 지각’은 개념을 말한다. 개념이 가리키는 대상이 세속제라는 의미다.

           30)  개념을 개념으로 분석하는 것도 세속제라는 뜻이다. 일체종지를 체득한 붓다는 개념(언어)으로 세속
              제나 승의제를 관찰하거나 드러낼 수 있지만, 범부는 개념을 가지고 ‘개념이 가리키는 대상’이나 ‘개
              념 그 자체’만을 관찰하고 설명할 수 있을 뿐이다. 이 점을 분명히 드러내기 위해 “언어를 분석하는
              바른 지각 그 자체에 대해 언어를 분석하는 바른 지각으로 되는 것 자체”라는 구절을 덧붙인 것으로
              보인다.

           31)  일반인들이 보았을 때 어떤 사물이 진실로 존재하는 것 같아도 그것은 사실 인연이 모여서 생겨난
              것이고, 인연이 흩어지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올바른 세속제라고 해서 반드시 존재하는 것은
              아니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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