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1 - 고경 - 2020년 4월호 Vol.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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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현량이다. ‘소리는 항상하다’고 집착하는 분별은 자신의 표상에 대해

                             42)
            현량이기 때문이다. 모든 심식은 반드시 자신의 ‘지각 대상’[所量]을 지
                                                             43)
            각한다. ‘토끼 뿔이라는 추상개념’(개념공상槪念共相, don spyi) 은 토끼 뿔에
            집착하는 분별심의 지각 대상이며, ‘소리는 항상恒常하다는 추상개념’은
            ‘소리는 항상하다’에 집착하는 분별심의 지각 대상이기 때문이다.



              (2) 수행lam에 관한 원리에 셋이 있다.

              첫째, 수행의 대상. 보특가라에는 ‘독립적이고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없다’는 거친 아공(我空, 인무아, 보특가라 무아), 보특가라는 진실로 존재하

            지 않는다는 미세한 아공 등이라고 주장한다. 미세한 아공과 미세한 법공
                                                     44)
            (法空, 법무아)은 ‘공성空性이 의지하는 바’stong gzhi 에 따라 구별한 것이며,
            ‘부정할 대상’dgag bya의 차이로 나눈 것은 아니다. 공성의 기반인 보특가
            라 상上에서 부정할 대상인 실재를 배격한 것이 미세한 아공이며, 공의 기

            반인 오온 상에서 비판할 대상인 실재를 배격한 것이 미세한 법공이기 때
            문이다. 미세한 아공我空과 미세한 법공에는 거칠고 미세한 차이가 없으며

            둘 모두 ‘구경究竟의 진리’gnas lugs mthar thug라고 [이 교파는] 주장한다.
              둘째, 수행 중 끊어야 될 것. 거칠고 미세한 아집我執과 그 씨앗들, 이

            로 인해 나타난 삼독三毒과 그 씨앗들이 번뇌장이라고 주장한다. ‘사물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집착하는 것’(실집實執, bden ’dzin)이 번뇌임을 인정하기






            42)  각주 30번을 참조하라.

            43)  어떤 사물에 대한 공통적인 개념 혹은 추상적인 개념. ‘병’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머리 속에 떠오르

              는 개념 같은 것을 말한다. 이 때 머리에 떠오르는 병은 ‘구체적이고 특정한 어떤 병’이 아니고 생각
              속의 ‘병甁’일뿐이다. 이런 것을 추상개념, 개념공상, 의공상義共相이라 한다.
            44)  stong gzhi은 공성이 의지하는 곳은 개별 사물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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