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0 - 고경 - 2020년 4월호 Vol.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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량’(개념화 된 현량)이고, 색色을 취한 두 번째 찰나의 근현량根現量은 ‘무분
별현량’이기 때문이다. 36)
37)
비량을 분류하면 사세비량(事勢比量, dngos stobs rjes dpag) , 극성비량(極
39)
38)
成比量, grags pa’i rjes dpag) , 비유비량(譬喩比量, dpe nyer ’jal gyi rjes dpag) ,
40)
신허비량(信許比量, yid ches rjes dpag) 등 네 가지가 있다.
[이 교파는 일반인이] 어떤 대상에 착란을 일으키는 것과 [일반인이] 그 대
상을 지각하는 것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소리는 무상함’을
지각한 비량은, ‘소리는 무상함’이라는 대상에 대해 착란하지만, 그 비량
은 ‘소리가 무상함’을 지각한다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41)
이현(二現, gnyis snang) 을 가진 심식은 자신의 표상(表象, snang ba)에 대
36) 설일체유부에서 중관자속파에 이르는 교파들이 동의하는 ‘바른 지각’(양量, tshad ma)의 정의는 “새롭
게 인식한 것으로 틀림이 없는 것”이다. 이 정의에 따르면 재결식은 ‘바른 지각’은 아니다. 틀림은 없
지만 ‘새로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비량非量에 속한다. 그런데 중관귀류파는 “새롭지 않아도 오류 없
이 정확하게 인식한 것은 바른 지각”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귀류파가 보기에 재결식은 바른 지각
이다. ‘소리는 무상하다’는 첫 번째 비량(比量, 추리)이 생긴 후 이어진 ‘두 번째 찰나의 비량’은 이미 ‘개
념화된 재결식’이다. ‘개념화된 재결식’은 ‘첫 번째 비량’을 추리한 것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고, 첫 번
째 비량을 ‘기억하는 것’에서 곧바로 직접적으로 생긴 것이기에 ‘현량’에 해당된다. 다시 말해 ‘기억’
이 대상이 되는 ‘개념화된 현량’(분별현량)이다. 반면 물질적 존재를 보고 인식한 첫 번째 현량에서 곧
바로 두 번째 현량이 발생할 경우 이것은 무분별현량이다. 첫 번째 현량을 ‘추리해 생긴 것’(개념화된
현량)도 아니고, 첫 번째 현량을 대상으로 곧바로 생긴 인식이므로 무분별현량이라고 한다. 제2현량
은 제1현량을 대상으로 생긴 것이므로 그 사이에 개념이 개입될 여지가 없다.
37) 구체적인 사물이 만들어내는 역량力量의 올바른 원인에 의거해 다소 은폐된 대상을 틀림없이 파악하
는 추리(유추)를 말한다. ‘개개 사물은 인과 연이 결합해 나타 난다[衆因緣生法 我說卽是空]’는 사실에서 ‘모
든 존재는 자성이 없다[是故一切法 無不是空者]’는 유추가 가능하다. 이런 것을 사세비량事勢比量이라 부른
다.
38) 상식적으로 통용되는 것에 의거해 ‘단어’나 ‘임의적으로 이름 붙여진 대상’을 지각하는 것을 말한다.
‘토끼를 품고 하늘에 떠 밝게 비추는 것’이라고 하면 ‘달’[月]임을 아는 것 등이다.
39) ‘비슷하다’거나 ‘이미 알고 있는 틀림이 없는 유사한 사례’ 등의 이유로 대상을 지각하는 비량. 거울
에 비친 영상에 자성自性이 없는 것처럼 ‘돋아난 새 싹에도 불변하는 본질은 없음’을 인식하는 것 등
이다.
40) 경전을 읽거나 듣고 생각한 후에 극은폐분極隱蔽分을 지각하는 비량을 말한다.
41) 내심內心과 외경外境이 별개로 존재함을 인정하는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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