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3 - 고경 - 2020년 4월호 Vol.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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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영원하지 않고 흘러갈 것이며, 화사한 봄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날
계절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믿기 때문이다.
본론으로 돌아와 지난 호에 『백일법문』에서 다루고 있는 법상종의 유
식설 중 변행심소遍行心所에 대해 살펴보았다. 어떤 감정이나 행위로 표출
되는 심리작용은 우리가 인지할 수 있고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유념有念’,
즉 ‘생각 있음’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변행심소는 우리들의 마음에서 항
상 작용하고 있지만 그 행상이 극히 미세하여 범부들은 그런 심소가 있는
지 조차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래서 성철 스님은 이를 ‘무념의 염念’이라
고 설명했다. 항상 작동하고 있지만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아서 인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변행은 항상 작용하고 있지만 어떤 형태의 업業으로 드러나지
않는 잠재의식이므로 달리 ‘무기식無記識’이라고도 부른다. 잠시도 쉬지
않고 작동하지만 행상이 너무 미세하여 겉으로 표출되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깊은 강물 밑으로 봄기운이 도도히 흐르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우리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이번 호에 살펴볼 별경심소別境心所는 이상과 같은 변행심소와 대조적
인 마음작용을 말한다. 앞서 살펴본 변행은 항상 작동하지만 인지되지 않
는 심층적 작용이다. 하지만 별경은 특별한 경계에 반응하여 작동하며,
어떤 형태의 업業으로 표출되어 그 작용을 인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변행심소와 운영체제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육위심소의 구성은 변행심소 5가지, 별경심소
5가지, 선심소 11가지, 번뇌심소 6가지, 수번뇌심소 20가지, 부정심소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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