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5 - 고경 - 2020년 5월호 Vol. 85
P. 75

찻그릇으로 완성도나 예술성에도 극치미를 완성했던 시기이다. 그러므

            로 현화사 동당과 서당의 스님들이 다퉈 삼매의 경지를 드러낸 차를 선
            보였는데, 막 격불擊拂한 다화(茶花, 차 거품)의 아름다움은 환상적인 색감

            을 드러냈을 것이다. 승원에서 차를 갈아(사진 3·4) 명전을 준비하던 상
            황은 이인로(1152-1220)의 「승원의 차 맷돌僧院茶磨」을 통해 짐작할 수 있

            다. 그 정황은 이랬다.



                차 맷돌 천천히 돌아                         風輪不管蟻行遲
                월부가 돌자 옥가루가 날리네.                   月斧初揮玉屑飛.

                법희란 본래 진실로 자재한 것                   法喜從來眞自在
                맑은 하늘에 우레 치듯                       晴天雷吼雪霏霏.

                (차 맷돌이)울리자 하얀 눈이 나는 듯.



              윗글은 승원에서 차를 준비할 때 차 맷돌에 갈아 고운 가루를 만드는
            정황은 그림처럼 그려냈다. 월부는 바

            로 맷돌의 어처구니, 어처구니가 없으면
            맷돌을 돌릴 수가 없다. 차 맷돌에서 날

            리는 옥설은 차 가루를 말한다. 차를 가
            는 정황이, 이인로의 문장에 의해 서사

            적 감수성이 한껏 드러난 것으로, 이들
            에 의해 고려 차 문화는 더욱더 풍요로

            운 예술미를 더해 나갔다.
              아무튼 이 시기에 교단과 문벌 귀족,

            왕실과의 관계를 살펴보는 것은 불교와                 사진 2.  은제 금도금주자(미국 보스턴 미술관).



                                                                        73
   70   71   72   73   74   75   76   77   78   79   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