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9 - 고경 - 2020년 5월호 Vol.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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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와 달리 사람의 마음에는 노랫말과 같이 색깔이 있다. 컴퓨터의 작동은 선

            악의 의도가 없기에 희지도 검지도 않지만 사람의 마음은 그 의도에 따라 희
            거나 검은 색깔을 띤다. 어떤 때는 따뜻한 선의가 느껴지는가 하면 어떤 때

            는 찬바람이 쌩하게 불거나 불쾌감을 주기도 한다. 사람의 마음에 하얀 색으
            로 표현되는 선한 작용과 검은 색으로 표현되는 악한 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유식학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볼까? 지금까지 살펴본 바
            와 같이 법상유식에서는 인간의 마음작용에 대해 51가지 심소로 구분했

            다. 그 중에서 5가지 변행심소遍行心所와 5가지 별경심소別境心所는 이미
            살펴보았다. 변행심소가 항상 작동하는 운영체제와 같은 것이라면 별경

            심소는 각각의 대상에 따라 작동하는 응용프로그램 같은 것이라고 비유
            한 바 있다. 변행심소와 별경심소는 모두 마음의 작동원리에 대한 설명이

            다. 반면 이번에 살펴볼 선심소와 번뇌심소는 하얀 마음과 검은 마음처럼
            마음의 색깔, 즉 선악이라는 특성에 대한 것이다.

              법상유식에서 말하는 선심소善心所는 말 그대로 착한 마음작용을 말한
            다. 색깔로 비유하자면 하얀 마음이다. 물론 선심소에 대응하는 번뇌심소

            도 존재한다. 흥미로운 것은 선심소는 11가지인데 반해 번뇌를 일으키는
            번뇌심소는 두 배가 넘은 26가지나 된다. 이는 인간의 마음은 선한 마음

            보다 번뇌를 일으키는 부정적 심리요소가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번뇌
            심소가 선심소 보다 많기 때문에 이를 잘 다스리지 못하면 인간은 끊임없

            이 번뇌에 이끌려 악업을 짓고 무명의 삶을 살게 될 수밖에 없다.



              11가지 선심소와 믿음



              세친의 『유식삼십송』에 따르면 11가지 선심소는 “신信·참慙·괴愧와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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