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0 - 고경 - 2020년 5월호 Vol.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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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탐無貪·무진無瞋·무치無癡, 근勤·안安·불방일不放逸·행사行捨 그리
고 불해不害”라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나열하는 11가지 착한 심소는
따뜻한 마음이나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는 것과 같은 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유식에서 선심소는 바른 믿음을 바탕으로 한 자기성찰 그리
고 성실한 수행과 타인에 대한 자비 등 수행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마
음을 말한다.
11가지 선심소 중에 첫째는 믿음(信)이다. 수많은 마음작용 중에 착한
심리작용의 첫째로 믿음을 꼽고 있는 것은 많은 의미를 함축하는 대목이
다. 믿음이란 심오한 불법의 진리를 이해하고, 그런 진리에 입각해 바르
게 살아가는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은 바른 믿음을 가져야 올바른
삶과 수행에 대한 의욕을 일으킬 수 있고, 그로부터 몸과 마음을 정화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지혜를 얻는 과정에서 믿음이 이렇게 중요하기 때문에 『화엄경』에서도
“믿음은 도의 으뜸이며 공덕의 어머니[信爲道源功德母]”라고 했다. 종교적
이해와 실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리에 대한 바른 믿음이다. 바른 믿
음이 있어야 종교적 실천을 하게 됨으로 믿음은 도행의 근본이 된다. 모
든 공덕은 그와 같은 도행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믿음은 또 공덕의 어머
니가 되는 것이다.
『대지도론』은 “불법의 큰 바다는 믿음으로써 들어가고 지혜로 건너간
다[佛法大海, 信爲能入, 智爲能度].”라고 했다. 불법이라는 진리의 바다로 들
어가려면 믿음이 있어야 한다. 바른 믿음이 있어야 진리의 바다로 들어가
게 되고, 그 믿음을 바탕으로 한 실천이 있어야 지혜의 배를 탈 수 있고,
지혜의 배를 타야 고해의 바다를 건너 피안으로 가게 된다. 이처럼 바른
믿음에 의해 바른 가치관이 확립되고, 그것에 의해 바른 업業을 짓게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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