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7 - 고경 - 2020년 5월호 Vol.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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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구성하는 원자를 뚫고 지나가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가 피상적으로 그리는 세계는 이와 다르다. 우리 몸과 벽
            이 무언가로 꽉 차 있기 때문에 우리가 벽을 통과하지 못한다고 생각한

            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원자의 세계를 들여다본다면, 우리 몸이나 벽이
            나 모두 그 속이 텅 비어 있다. 그래서 전기적으로 중성인 중성자나 중성

            미자는 텅 빈 공간인 우리 몸이나 모든 물체를 얼마든지 자유롭게 통과할
            수 있다. 내가 느끼지 못 할뿐,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중성미자가 우리

            몸을 관통한다.
              내 앞에 놓인 빈 공간으로 이뤄진 책상이라는 인因이 내 몸이라는 연緣

            을 통해 무언가가 꽉 차서 단단한 것으로 감지되는 책상이라는 과果로 나
            타난 것이다. 내 앞의 책상은 무언가로 꽉 차 있는 것이 아니다. 나의 촉

            각을 통해 책상이 무언가로 꽉 차 있다고 느낄 뿐이다. 단지 그것 뿐, 꽉
            차 있는 물체는 어디에도 없다.




              이식耳識


              귀를 통한 경험인 이식耳識에 대해 생각해보자. 남이 하는 말을 듣는다

            는 것은 말하는 사람의 성대가 떨리면서 발생하는 음파에서 시작된다. 공
            기의 진동을 통해 음파의 에너지가 나의 귀로 전달되고, 귀에 도달한 에

            너지가 고막을 진동시키고, 고막의 진동으로 발생하는 자극을 신경계가
            뇌로 전달하고, 전달된 자극을 최종적으로 뇌가 해석해 소리가 들리게 된

            다. 그러면 소리는 어디에 있는가? 내 뇌가 해석한 그 소리는 어디에도
            없다. 소리가 발생해 이를 듣게 되는 전 과정에서 나의 외부에 존재하는

            것은 음파라는 공기의 진동, 공기의 떨림뿐이다. 그래서 공기가 없는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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