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5 - 고경 - 2020년 5월호 Vol.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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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날 수 없는 사건이므로, 싹이 나왔다는 사실은 씨앗이 있었음을 부정
할 수 없게 한다. 그러나 씨앗의 있었음이 싹의 나옴을 보장하지는 않는
다. 그러므로 “싹의 나옴”은 “씨앗의 있었음”의 충분조건이 되지만, “씨앗
의 있었음”은 “싹의 나옴”의 필요조건일 뿐이다.
씨앗의 존재가 싹의 나옴을 보장하지 않으므로, 씨앗이라는 인因으로
인해 싹이라는 과果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분, 토양, 햇빛 등의
무수한 연緣이 씨앗이라는 인因에 침투하여 씨앗을 싹으로 변화시켜야 한
다. 연緣을 이루는 조건 중의 어느 하나라도 없으면 씨앗은 싹이 되지 않
는다. 연緣을 이루는 모든 조건이 씨앗에 침투하여 씨앗을 변화시킬 수
있어야 씨앗은 싹이 된다. 씨앗에서 싹이 나오는 현상은 씨앗이라는 인
因과 무수한 연緣이 서로 침투하여 서로를 변화시키는 상입(相入, mutual
penetration)의 과정을 통해 가능해 진다. 그래서 과果는 인因과 같을 수가
없다.
원자의 모습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구성돼 있으며, 원자핵은 다시 양의 전하를
띠는 양성자proton와 전기적으로 중성인 중성자neutron로 이뤄져 있다. 양
성자와 중성자는 질량이 거의 같으며 전자 질량의 1,800배 정도다. 따라
서 원자의 질량은 99.9% 이상 원자핵에 몰려있다. 전자는 그 크기를 잴
수 없을 정도로 작아 거의 점이라고 간주되며, 양성자는 반지름이 1펨토
미터fm 정도인데, 1펨토미터는 1옹스트롬의 10만분의 1이다.
가장 간단한 수소원자는 하나의 양성자와 하나의 전자로 이뤄져 있으
며 수소 원자의 반지름은 0.5옹스트롬 정도다. 수소원자의 반지름은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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