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9 - 고경 - 2020년 5월호 Vol.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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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것이 아니다. 색깔은 나의 외부에 존재하는 실체가 아니라, 전자기

            파를 나의 뇌가 해석한 것이다.



              일체유심조 - 능숙한 화가가 그리는 가상현실



              우리의 감각이 느끼는 그대로의 외부 세계가 있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그러나 꽉 차 있어 딱딱하다고 느끼는 책상은 텅 빈 공간이고, 나에게 들

            리는 소리는 공기의 진동이고, 사과의 빨간 빛은 전자기파일 뿐이다. 그
            모두는 우리의 마음이 그려낸 것이다. 꽉 찬 물체도 없고, 소리도 없고,

            빨간 색도 없다. 그건 모두 두려움에 떨면서 눈앞이 캄캄해지는 경험을
            하게 했던 가상현실과 같다. 토끼의 뿔과 거북의 털을 보고 있다는 점에

            서 같다. 무無색성향미촉법이다. 부처님의 목소리를 조금이나마 들을 수
            있게 해 주신 성철 스님을 생각하며 『화엄경』 「야마천궁게찬품」의 게송으

            로 글을 마친다.



                심여공화사            心如工畫師
                능화제세간            能畵諸世間.

                오온실종생            五蘊實從生
                무법이부조            無法而不造.



                마음은 재주 많은 화가 같아서

                능히 일체 세간을 다 그려낸다.
                오온이 모두 마음을 따라 일어나는 것이니

                이렇게 만들어지지 않은 법이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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