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6 - 고경 - 2020년 5월호 Vol.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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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원자핵을 이루는 양성자의 5만 배나 된다. 원자핵을 방울토마토의 크
기와 비슷한 반지름이 1cm인 공으로 늘린다고 하자. 그러면 수소원자는
반지름이 500m이고 지름이 1,000m인 구가 된다. 북한산 백운대의 높이
가 837m이니, 아무도 이렇게 큰 인공물을 본 적이 없을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원자의 모습이다.
이렇게 큰 구 안에 방울토마토만한 크기의 원자핵이 중심에 위치해 있
고, 그 작은 영역에 원자 질량의 대부분이 몰려있다. 원자질량의 0.06%
만 차지하는 전자가 원자핵을 제외한 나머지 넓은 공간을 돌아다닌다. 그
러므로 원자핵이 위치한 아주 좁은 영역을 제외하면 수소원자 내부는 거
의 비어있는 공간이다. 이는 수소 원자 뿐 아니라 다른 원자도 모두 마찬
가지여서, 우리 주변의 물질이 차지하는 부피의 대부분은 예외 없이 이렇
게 텅 비어있다. 이렇게 비어 있는 공간이 있기 때문에 엄청난 압력을 받
으면 전자가 원자핵으로 흡수되면서 압축될 수 있다. 그 결과, 중성자별
이나 블랙홀이 되기도 한다.
촉식觸識
그렇다면 원자로 이루어져 있는 주변의 물체나 우리 몸도 텅 빈 공간
이다. 그런데 빈 공간인 우리 몸이 역시 빈 공간인 벽을 왜 뚫고 지나가지
못하는가? 모든 물체가 거의 빈 공간이라도 원자를 구성하는 전자들 사
이의 정전기적 반발력 때문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두 물체를 구
성하는 전자들 사이의 정전기적 반발력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며 커
지기 때문에, 두 물체 사이의 거리가 아주 가까워지면 반발력은 거의 무
한대가 된다. 이 정전기적 반발력 때문에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자가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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