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2 - 고경 - 2020년 5월호 Vol.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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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종친·사장師長·존비尊卑에 차례[序]가 있음을 알지 못하고 짐승[畜

           生]과 다름없게 된다는 것이다. 스스로 부끄러움을 알고 남이 자신의 허물
           을 볼까 부끄러워하는 마음 때문에 윤리도덕이 서고, 세상이 지탱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
           자, 세상을 지탱하는 도덕과 윤리의 바탕이 됨을 알 수 있다.

             맹자 또한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고[仰不愧於天], 사람들을 굽어
           보아 부끄럽지 않는 것[俯不怍於人]”을 인생의 세 가지 즐거움 중에 하나로

           꼽았다. 이 역시 스스로 당당한 자기 내면의 양심과 타인에게 부끄럽지
           않는 행위야말로 군자의 조건임을 역설하는 대목이다.

             참괴심을 선심소로 꼽는 이유는 부끄러움을 모르면 인륜과 도덕이 바
           로 서지 못하고, 사람 세상이 짐승들과 다름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도 “세상에 만일 부끄러워하는 법이 없었다면 청정한 도를 어
           기고 뛰어넘어서 생·노·병·사를 향해 달려가리라.”라고 하셨다. 부끄

           러움을 모르면 세상의 질서와 윤리가 무너지고, 사람들은 악행을 제어하
           지 못해 번뇌의 불길 속으로 달려들게 마련이다.

             그래서 『유교경』에서도 “부끄러워하는 마음은 낙엽을 모으는 쇠갈퀴와
           같아서 능히 사람의 그릇된 법을 잘 다스린다. 그러므로 비구는 항상 부

           끄러워하여 잠시도 계행을 게을리 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니, 부끄러워
           하는 마음이 있는 사람은 선법을 지닐 수 있지만 부끄러워함이 없는 사람

           은 짐승과 같다.”고 하셨다. 중요한 것은 단지 부끄럽지 않게 살고자 하는
           다짐을 한다고 해서 부끄럽지 않은 삶이 되고, 바른 수행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자 한다면 계행을 잘 지키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스스로 부끄럽지 않고, 남에게 부끄럽지 않는 당당함은

           바른 언행과 맑은 삶을 통해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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