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4 - 고경 - 2020년 6월호 Vol.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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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모시가 번역한 영문 『대승기신론』은 1907년 상해에서 출판되었다(사
진 2). 그러나 티모시가 『대승기신론』을 영역한 의도는 서양인들에게 불
교를 전파하려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를 바탕으로 중국의 불교도에게 기
독교를 전파하고자 함이었다. 티모시는 “대승의 신앙은 불교가 아니라,
조물주와 구세주라는 기독교의 동일한 교의의 아시아적 양태”라며 기독
교·대승불교 일원론의 전제에서 번역하였다. 양문회는 물론 티모시의 영
역본이 불교를 기독교로 끌어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하였지만, 이런
영역 작업의 시도 자체가 그의 사상이 『대승기신론』을 중심으로 서양에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양문회의 『대승기신론』 이해
양문회가 『대승기신론』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는 특히 법장法藏과
그의 주소를 추숭하고, 법장의 소가 대승 불교를 공부하는 핵심이라고 주
장하는 데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는 『대승기신론』의 사상은 성종性
宗을 위주로 하되 성상性相 융통을 이끄는 불교 저작이라고 주장하였다.
일반적으로 『대승기신론』의 3대 주석자로 꼽히는 혜원, 원효, 법장의 이
해는 크게 둘로 나누어진다. 첫째, 법장은 『대승기신론』을 ‘여래장연기
종’으로 규정하는 동시에, 중관 사상과 유식 사상에 대한 여래장 연기종
의 독립성과 우월성을 천명하였다. 이러한 견해는 주로 일본학자들의 학
설로, 『대승기신론』은 이사무애理事無礙 법계에 해당하고, 사사무애事事無
碍를 말하는 화엄종이 보다 우월한 종파라는 주장을 하기 위한 것이다.
둘째, 혜원이나 원효가 파악하는 『대승기신론』은 유식 불교적 성격을 중
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법장은 화엄가로서의 종파적 관심사 때문에,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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