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5 - 고경 - 2020년 6월호 Vol.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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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으로 『대승기신론』과 유식 불교의 차이를 부각시켜 여래장연기종으로
독립시켰던 것이다.
양문회가 혜원이나 원효보다 법장의 해석을 주로 받아들인 것은 『대
승기신론』을 화엄종 등 중국 불교와의 연관성 하에서 파악하고 긍정하고
있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대승기신론』의 여래장연기, 또는 진여연
기는 중국불교의 가장 전형적인 특징이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보았듯이,
『대승기신론』의 ‘일심이문一心二門’ 사상은 바로 진여의 불변不變의 측면과
수연隨緣의 측면을 융합시킨 것이고, 여기에서 단순한 공空뿐 아니라 ‘묘
유妙有’를 강조하는 중국 불교가 발전해 나아가게 되었던 것이다. 양문회
는 『대승기신론』이 중관 및 유식 사상과 중국불교를 잇는 교량 역할을 하
고 있음을 정확히 이해함과 동시에, 중국불교를 긍정하는 입장에서 파악
하고 있었던 것이다. 화엄종 등 중국불교의 가치를 긍정하는 입장에서는
『대승기신론』을 유식 불교적으로 해석하기보다는 그와 거리를 두려는 법
장의 해석이 더 마음에 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대승기신론』으로
전체 불교 사상을 조화시키려는 양문회의 견해는 명대明代의 불교의 경향
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이것은 그가 명대 고승들의 『대승기신
론』 주소들을 다수 간행한 데서도 알 수 있다.
양문회의 이러한 『대승기신론』 이해는 제자들과 이후의 학자들에게 중
요한 영향을 미쳤다. 지난 글에서 다루었듯이, 양문회 이후 『대승기신론』을
보는 시각은 크게 둘로 나뉘어졌고, 그들 중 중국불교를 추숭하는 이들은
『대승기신론』을 높이 평가하고 반면에 인도불교 원래의 입장으로 되돌아가
려는 이들은 비판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인도 유식 불교를 진정한 불교철
학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중국적 전통을 이은 『대승기신론』을 진정한 불교
철학으로 볼 것인가 하는 논쟁이 생겨나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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