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1 - 고경 - 2020년 6월호 Vol. 86
P. 111

책에서 해설했지만, 까규파의 유가 4부에 유식파의 이론은 확실히 없다.

            ‘대수인大手印’이라고 부르는 가르침의 이름을 지은 사람은 명성이 대단
                                                           28)
            한, 비할 바 없이 위대한 전법사업가 감뽀빠(1079-1153) 다. 감뽀빠의 말
            씀 가운데 관점을 소개하는 데는 바라밀승계통(현교)과 밀종계통이 모두
            나온다. 이 둘 모두에 대해 ‘대수인의 가르침’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감뽀

            빠는 바라밀계통에 대해 공성空性의 대수인이라고 말하는 정황情況 등 경
            전을 많이 인용해 [대수인을] 증명하는 전적을 짓기도 했다.

              팍모주빠돌제개뽀(1100-1170)와 지쿵꾸라린뽀체(1143-1217) 두 사람 모
            두 감뽀빠의 제자다. 두 사람 다 현상연기現像緣起를 중시하며, 묘관찰

            지로 분석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관점을 보인다. 그러나 두 사람의 문
            집에 현명한 제자와 현명하지 못한 제자들의 혼잡스런 필기筆記가 들어
                                                     29)
            가 있어 믿음이 가지 않는다. ‘유일백법唯一白法’ 이라는 이름은 샹찰와
                     30)
            (1123-1193)  이전에는 그렇게 크게 발전하지 않았다. 샹찰와는 유일백법
                                                     31)
            을 중심으로 한 저서도 지었다. 문수호주文殊怙主  사까빤첸(1182-1251)이






            28)  본명은 Dwags po lha rje bsod nams rin chen. 말빠와 미라래빠의 가르침을 이었다. 본래는
              의사였으나 32살 때인 1104년 출가, 미라래빠를 스승으로 모시고 13개월 동안 배웠다. 1110년
              위 지방(라싸를 중심으로 한 지역)으로 와 전법 사업을 펼쳤다. 1121년 닥하감뽀 지역에 감뽀 사원을
              세우고 본격적으로 제자들을 배출했다. 대표적인 저서로 『해탈장엄론』이 있다. 이 책은 ‘미라래빠의
              대수인大手印 수행법’을 중심으로 ‘까담빠의 도차제 수행법’을 융합해 완성한 것이다.
            29)  dkar po chig thub. ‘유일백법唯一白法’으로 옮겼다. 유일백법의 ‘백법dkar po’은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만능 영단靈丹을 말한다. 이 약은 모든 희론을 여읜 ‘이희대수인離戱大手印’의 가르침을 비유한
              것이다. 한역漢譯은 아가타약阿迦陀藥, 산스크리트어 agada의 음역어이다. gada는 병이란 뜻, a는
              부정의 의미, 따라서 agada는 무병·건강·불사不死를 의미한다. 이 단어는 해독제[약]이라는
              의미도 있다. 이 약을 복용하면 병이 없어진다고 한다. agada약이 모든 병을 치료하듯이 대수인의
              가르침이 모든 생사번뇌를 없앤다는 의미다.
            30)  Zhang ’gro ba’i mgon po.


            31)  ’jam dgon을 번역한 말. ’jam dgon의 ’jam은 문수 보살, dgon은 ‘의지할만한 사람[호주 怙 主]’이라는
              의미. 티베트 불교도들은 자신이 존경하는 인물에 이 단어를 붙여 부르기도 한다.

                                                                        109
   106   107   108   109   110   111   112   113   114   115   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