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0 - 고경 - 2020년 6월호 Vol.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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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같은 것, 즉 연기는 항상 인정하지 않는다. 그들은 오직 ‘실제로 존

           재 한다’고 주장하므로 상견常見이나 단견斷見의 절벽에 떨어졌다고 불교
           도들은 지적한다. 불교의 성문 2부[설일체유부와 경량부]는 원인과 조건에

           의지해 나타나는 유의법의 연기는 인정하므로 상견과 단견을 버린 것이
           라고 주장한다. 그들[성문 2부]은 작자作者는 자성으로 변하지 않는다며 상

           견을 비판하고, 인과[원인과 결과]와 사성제 등은 절대적으로 불합리하지
           않다고 주장하므로 단견을 비판한다. 유식파는 ‘객관과 주관은 둘이 아니

           다’는 진실성을 확정하므로 ‘변계소집성은 실제로 성립된다’는 등의 상견
           을 버렸고, ‘원성실성과 의타기성 둘은 본래 없다’고 주장하는 단견을 버

           렸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앞에서 설명했다.
             현명한 중관사들은 연기로 나타난 외경外境 자체는 ‘실제로 존재하나

           공空한 존재’라고 주장하고, ‘실제로 존재하나 공한 존재’ 또한 연기로 나
           타난 존재[라고 주장한다]이다. 작용의 능력[공용功用]은 있기에 공空하다는

           것이 물건 자체가 없다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므로 상견과 단견을 모두
           비판했다. 상견과 단견을 비판하는 개별적인 이유는 필요하지 않지만 무

           엇에 대해서도 자성을 비판하는 토대 자체를 세웠기에 합리적이다. 연기
           로 나타난다는 이유 자체로 상견과 단견을 비판했다.

             한편 불교 내부에서, 유식파 이하는 사물에 대해 실제로 존재하는 자
           성이 있다고 주장해 사물 그 자체가 항상恒常한다고 말하지는 않지만 상

           견으로 변한다. 바로 앞 순간에 실체적으로 존재하고 바로 다음 순간에
           파괴된다고 주장하나 그 흐름이 끊어진다고 인정하지 않기에 단견으로

           변한다. 그러므로 물건에 대해 실제적으로 자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이상
           상견과 단견을 벗어나지 않는다. 특히 유가행파들은 의타기성·심心·심

           소心所 등은 실제로 존재하므로 무변無邊을 버렸고, 의타기성에 대해 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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