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5 - 고경 - 2020년 6월호 Vol.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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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은 “원인과 조건들이 모여 나타난 존재를, 나는 그것을 공空이라 말한
다. 그것은 또한 가유假有이며, 이것이 바로 중도中道이다. 원인과 조건에
서 나타나지 않은, 존재는 있지 않다. 그러므로 공성이 아닌, 존재는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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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없다.” 고 『근본중송(중론)』에서 강조했다.
언어개념상 자상自相을 인정하는 중관파 역시 자성自性으로 존재함을
항상 허용하지 않기에 앞에서 말한 연기와 공성이 같은 의미인 것은 사실
그대로 설명했다. 『반야등론』에서 청변은 “연기로 나타났다고 말하는 공
성空性은 무엇이든 의존해 가립假立된 것이다. 이름으로 부르는 세간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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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세간의 존재는 근취인近取因 에 의해 시설施設된[임시로 설치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중도이며, 생生과 무생無生, 유有와 무無의 이변二邊을 버리기
에 중도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본인 관점을 확정하는 방식으로 전도
되지 않은 도리道理를 확신한다면, 수행의 과정에 방편과 분리되지 않고
착오 없는 요점[핵심]을 쉽게 얻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보인 법신法身과 색
신色身[이신二身]을 낳는 전도되지 않은 인因이 마음에 생길 수 있다. 따라
서 중관의 관점은 대승의 근根·수修·과果 전체에서 매우 중요하므로 반
드시 확립해 [관점에 대한] 확신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제 [다음의] 이것을 분석해 보자. 중관파로 인정되는 모든 사람은 자
기의 관점 자체가 일체의 변견邊見에서 벗어나 미세한 연기의 의미를 깨
달을 필요가 있고, 중관자속파[자립파]는 중관파에 맞지 않다. 자속파는
65) 『중론』 「관사제품 제24」 제18·19번째 게송이다.
66) nye bar len pa. 종자에서 싹이 나고, 싹에서 열매를 맺듯이 끊임없이 이어져 자신을 낳고 증장시
키는 인因을 말한다. 사람은 전생에 지은 업이라는 인因에 의해 지금의 몸을 받았고, 현재 짓는 업에
의해 다음 생의 모습이 이뤄진다. 이처럼 어떤 것을 끊임없이 이어지고 생기게 하며 그래서 그 모습
을 유지시키는 인을 근인近因·친인親因·근취인近取因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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