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8 - 고경 - 2020년 6월호 Vol.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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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하지만, 그 공의 정리正理는 일체사물 에 확산되지 않고, 일부분一部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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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인 공空이므로 법계공성法界空性 이 될 수 없다. 이에 대해 실유론자들
                                               75)
           의 교의 체계는 색[형태]·자취식별自取識別  등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성
           립됐고, 공空이나 자취분별심自取分別心의 집착 근거根據에 머무는 정도[분
           량]에 의해 이뤄졌기에, 공空과 같은 공의 정리는 일체사물에 골고루 퍼지

           지 않았다. 따라서 그 공의 정리正理는 제법에 보편화된 공空도 아니다. 그
           러므로 ‘제법의 이변二邊을 부정하는 방식’, ‘현분[現分, 現空]과 공분[空分, 相

           空]이 서로 도와주는 것으로 변하는 방식’ 등을 제대로 정립할 줄 모른다.
                                                                   76)
             중관자속파들이 언어개념에서 자상自相을 부정하나 ‘근거 토대’ 는 개
           념에서 존재한다고 정립하지 못한다. 자상을 인정하지만 제법을 인식하
           는 것을 방해하지 않으며 제법에 의지하지도 않는 공성을 성립시키는 방

           식을 인정하지 않고, 정리正理의 이런저런 항목으로 부정否定한다. 따라서
           부정否定한 공의 정리 그것은 합리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므로 지혜가 작

           용해 만든 것도 아니다. 유위법과 무위법의 일체사물에 골고루 퍼졌기에
           파편화된 공空도 아니다. 따라서 그렇게 부정된 공의 정리正理 자체가 연

           기적으로 나타난 것과 같은 의미로도 이해될 수 있기에 ‘근거 토대’ 위에
           이변을 제거하는 방식은 유식파보다 매우 세밀하다[뛰어나다]. 그렇다면

           중관자립파들을 중관파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유식파를 중관파에 앉히지







           73)  chos can에는 세 가지 의미가 있다. ①제기된 어떤 명제의 주어를 가리키는 유법有法[‘항아리는 무상하다’
              는 명제에서 항아리]; ②선례先例가 있다, 옛 법규法規가 있다; ③일체사물dngos po thams cad. 여기서는 ③의
              의미로 사용됐다.
           74)  chos dbyings de bzhin nyid.

           75)  rang ’dzin shes pa. 색·성·향·미·촉·법 등 외경을 감수感受한 ‘감각기관의 식별’을 말한다.

           76)  gz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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