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0 - 고경 - 2020년 6월호 Vol.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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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음의 나무를 생장하게 하고, 지혜의 생명이 자랄 수 있도록 해주는 뿌리와

           같다. 그래서 11가지 선심소 가운데 네 번째에서 여섯 번째까지 항목은 삼독
           을 제거한 마음에 관한 것이다.

             중국 조사선을 대성시킨 마조馬祖의 선법을 심지법문心地法門이라고 부른
           다. 마조는 마음을 대지에 비유했기 때문이다. 일체 모든 존재들이 대지 위

           에 건립되어 존재하듯이 삼라만상은 모두 마음에 의해 생성되고 존재한다는
           것이 ‘마음의 땅[心地]’이라는 비유에 담긴 메시지이다. 대지가 생명으로 풍성

           해 지려면 메마른 토양에 빗물이 촉촉이 스며들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마음
           이 지혜의 생명으로 풍성해 지려면 마음의 땅에 진리의 말씀을 머금어야 한

           다. 그런 마음이 되어야 수행의 꽃을 피우고, 깨달음이라는 열매를 영글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씨앗이 싹을 틔우고,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고, 튼실한 열매가 영글
           기 위해서는 토양에 좋은 뿌리가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마음의 땅에도 두

           가지 종류의 뿌리가 있다. 삼독이 나쁜 뿌리라면 삼선근은 좋은 뿌리에 해당
           한다. 좋은 뿌리로부터 지혜의 꽃이 피고, 자비의 열매가 결실을 맺는다. 유

           식唯識에서는 그런 마음을 ‘세 가지 착한 뿌리’라는 뜻에서 삼선근三善根이라
           고 이름 붙였다.

             식물의 종류를 결정하고, 건강하게 자라는데 있어 뿌리의 역할은 절대적
           이다. 마찬가지로 삼선근은 좋은 마음이 생겨나게 하고, 건강한 마음이 생장

           하도록 하는 좋은 뿌리라는 것이다. 그 뿌리로부터 자비의 싹이 돋아나고,
           지혜의 꽃이 피고, 깨달음의 열매가 영글게 된다. 삼독심이 번뇌와 고통을

           싹틔우는 나쁜 뿌리라면 삼선근은 온갖 선善을 자라나게 하는 좋은 뿌리가
           된다. 식물의 뿌리가 자양분을 흡수하여 나무를 생장하게 하는 것처럼 삼선

           근 역시 지혜와 자비의 자양분을 흡수하여 깨달음의 나무를 생장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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