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1 - 고경 - 2020년 6월호 Vol.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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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뿌리가 바로 탐욕이 제거된 마음인 ‘무탐無貪’, 분노가 제거된 마음인 ‘무

            진無瞋’, 어리석음이 제거된 마음인 ‘무치無癡’이다.
              『성유식론』에 따르면 이들 세 가지 심소를 삼선근이라고 부르는 이유에

            대해 “뿌리는 선善을 잘 생장시키고[根生善勝]고, 세 가지 선하지 않은 뿌리
            를 다스리기 때문[不善根近對治]”이라고 했다. 무탐, 무진, 무치는 온갖 선량

            한 것을 키우는 좋은 뿌리이자, 삼독심과 같이 나쁜 씨앗과 열매가 자라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좋은 뿌리에서 좋은 싹이 나듯이 삼선근이라는 좋은

            뿌리에서 온갖 선량함이 생장하고, 나쁜 싹은 돋아나지 못하게 한다. 식물
            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이 말의 뜻에 공감할 수 있다. 어떤 식물이 군집을 이

            뤄 잘 자라는 곳에는 다른 식물이 세력을 뻗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삼선근
            이 마음에서 풍성하게 자라나면 삼독심의 씨앗이 자라날 수 없는 것은 자명

            하다. 삼선근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무탐 무진 무치



              첫째 무탐無貪은 탐욕의 반대로 애착이 사라진 마음이다. 탐욕이 없는
            무집착無執着 또는 집착하지 않는 비집착非執着의 마음이 무탐이다. 호법護

            法의 『성유식론』에 따르면 무탐이란 “윤회의 삶[有]과 그 원인[有具]에 대해
            서 탐착 없음[無著]을 체성으로 삼고, 탐착을 잘 다스려[對治] 선을 행하게

            함을 업으로 한다[作善為業].”고 했다. 무탐이란 윤회의 삶과 윤회의 삶을
            초래하는 원인에 대해 탐내거나 집착하지 않는 것을 본성으로 삼고, 선을

            행하게 만드는 작용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무진無瞋으로 진에의 반대로 성내지 않는 마음이다. 『성유식

            론』에는 “고통과 고통의 원인[苦具]에 대해서 성내지 않음을 체성으로 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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