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2 - 고경 - 2020년 6월호 Vol.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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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恚為性], 성냄을 다스려서 선을 행하게 함을 업으로 삼는다[作善為業].”고

           했다. 고통과 고통을 초래하는 원인에 대해 화내지 않는 것이 무진의 근본
           이고, 선을 실천하도록 하는 것이 무진의 작용[業]이라는 것이다.

             안혜安慧의 주석에 따르면 무진이란 “악행에 빠지지 않도록[惡行不轉] 의
           지처가 되는 작용[所依為業]”이라고 했다. 분노하지 않으면 남에게 해악을

           끼치는 악행을 막을 수 있다. 이 말은 분노란 곧 다른 생명에게 해악을 끼
           치는 행위임을 알 수 있다. 보통 성내지 않는 마음하면 나무나 바위처럼

           무정한 상태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세친의 『대승오온론』에 따르면
           무진이란 “자慈를 본질적인 성질로 한다[以慈為性].”고 했다. 단지 화를 내

           지 않는 건조한 마음이 아니라 ‘자애로운 마음[慈]’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자慈’란 여락與樂, 즉 중생들을 사랑[慈愛]하여 즐거움[樂]을 주는 것을 의

           미한다. 따라서 무진이란 단지 화를 내지 않는 무덤덤한 마음상태가 아니
           라 뭇 생명들을 어여삐 여기고 그들에게 즐거움을 주고자 하는 것으로 마

           치 어머니와 같은 마음임을 알 수 있다.
             셋째, 무치無癡로 어리석지 않고 지혜로운 마음을 말한다. 『성유식

           론』에 따르면 “모든 본체[理]와 현상[事]에 대해서 명료하게 이해함을 체성
           으로 삼고[明解為性], 어리석음을 다스려서 선을 행하게 함을 업으로 삼는

           다[作善為業].”고 했다. 어리석음이 없음이란 사물의 이치와 현상을 명료하
           게 아는 것이다. 그와 같은 지혜가 어리석음에 이끌려 악행을 짓는 것을

           막고 선행을 실천하도록 하는 힘이 나온다는 것이다. 세친도 무치에 대
           해서 “이치에 맞게 바르게 행함을 본성으로 삼는다[正行為性].”고 했다. 어

           리석지 않음이란 단지 바르게 아는 차원에 머물지 않고 바르게 아는 것을
           바탕으로 바르게 행동하는 것까지 포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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