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7 - 고경 - 2020년 6월호 Vol.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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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 도교 등 전 세계의 종교를 대표하는 종교인이 참석하였고, 불교를 대
변하는 입장에서 일본의 불교도 초대를 받았던 것이다. 이 종교회의가 가
능하게 된 배경에는 당시 서양 제국을 대표하는 종교로서 기독교의 입장을
선양하려는 제국주의적 발상이 전제되어 있었고, 일본불교를 초대한 데는
막스 뮐러의 영향은 물론 시마지 모쿠라이, 난조분유, 이노우에 엔료 등에
의해 불교계의 위상이 국제적으로도 널리 알려진데 연유한다. 그리고 일본
의 불교계로서도 이 초대에 응해 일본의 불교를 국제적으로 널리 선양하고
자 하였다. 일본에서 대표로 결정된 사람은 불교의 각 종파를 대표한 승려
로서 샤쿠 소엔(釋宗演, 1860-1919, 임제종, 사진 2), 도키 호류(土宜法龍, 1854-1923,
진언종), 아시즈 지츠젠(蘆津實全, 1850-1921, 천태종), 야츠부치 반류(八淵蟠龍,
1848-1926, 진종본원사파)이었고, 재가자로서는 히라이 긴자(平井金三, 1859-1916,
미국체재)와 노구치 젠지로(野口善四郞, 1864?-?, 통역)가 선발되었다. 이들이 시
카고에 가는데 국가의 원조는 받지 않았지만, 각 종단별로 다량의 지원을
받아 시카고의 회의에서도 방대한 일본불교 자료를 참석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시카고 종교회의에서 일본불교의 대표들은 각 종파를 대표해 기독교 중
심의 미국인들에게 불교의 정신을 알렸고, 이를 통해 일본불교의 모습을
통한 대승불교가 서구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들 대표자 중에 후에 일
본의 인도철학 발전에 크게 기여한 샤쿠 소엔은 연기緣起로서 인과법因果法
에 대해 발표하였다고 한다. 곧 샤쿠 소엔은 이 인과법을 ‘자연의 법칙’ 즉
‘우주의 발달’을 증명하는 영원히 멈추지 않는 시계로 비유하고, 마치 진화
론과 같이 인과의 법은 모든 곳에 적응이 가능하고, 인간의 도덕적 생활도
진화의 논리적 계산과 같이 동등하게 결정된다고 말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 샤쿠 소엔의 발표 당시 발표문을 영어로 번역한 사람이 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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