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3 - 고경 - 2020년 6월호 Vol.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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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언설한 것은 사람들이 ‘거짓 자아[가아假
我]’ 속에서 헤매다 모두 지옥을 가지만, 스님은 자기를 보았고, 자기의 갈
길을 보았음을 말함으로써 끝까지 자기 성찰을 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
점에 주목하면 “내 말에 속지 마래이!” 등은 속임 없는 진실을 역설적으
로 표현한 것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래서 둥근 한 수레바퀴[일륜一輪] 일생은 후딱 지나가니, 부디 오욕칠
정에만 끌리는 평범한 생을 살며 시간낭비하다 후회하지 말고, 항상 깨어
있으며 부지런히 닦으라고 간곡하게 당부한 것이다. 여기에 성철 스님다
운 중생들의 어리석음의 깨우침을 촉발하는 날카로운 선지가 번득인다.
마지막 구절은 깨달은 이의 장엄한 모습을 보여준다. 한 덩이 붉은 해는
육신을 벗은 그의 법신이며 푸른 산은 열반의 문이다. 스님은 그렇게 역
설적으로 꿈속에 살아가는 미혹한 중생을 일깨우고 영원불멸의 대자유의
세계로 나아갔다.
흔히 선은 ‘줄 없는 거문고’[몰현금沒弦琴]에 비유된다. ‘줄 없는 거문
고’는 상식이나 사량 분별을 넘어선 불립문자의 세계를 상징한다. 즉, 줄
이 없지만 마음속으로는 울린다고 하여 이르는 심금心琴, 즉 마음을 상징
한다. 때문에 ‘줄 없는 거문고’는 궁극의 소리를 담고 있는 악기인 것이
다. 이처럼 선의 세계는 언어와 인간의 이해를 뛰어넘어 깨달음에 이르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성철 스님은 내 마음이 본래 부처이니 자기 마
음 이외 불법佛法 없고, 자기 마음 외에 부처가 따로 없다는 점을 강조하
며, 선정지혜의 고요하고 밝음[定慧等持 止觀明淨]의 세계로 가는 길을 중생
들에게 일러주었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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