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4 - 고경 - 2020년 7월호 Vol.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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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다. 끈이 반드시 실물實物은 아니므로, 혹은 널리 알려졌기에 해를 끼치
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비유比喩를 할 경우 잘못 가립된 부분인 ‘뱀[蛇]’과 [뱀으로 잘못 알게
한 근거인] 시설처施設處, 즉 자상自相으로 존재하는 ‘끈’ 등 둘이 있는 것처
럼, 의미의 경우에도 가립시키는(능립能立) ‘미혹의 부분’과 시설처, 즉 변계
소집성의 ‘미혹되지 않은 자성 부분’ 등 두 부분이 있어야 된다. “그대가 끈
을 뱀으로 가립시키 듯이”라고 안립하는 사례事例의 ‘시설처(근거)’와 ‘가립시
키는 것’에 대해 미혹과 미혹되지 않은 부분 둘이 있기에 사례와 의미(함
의含意)가 반드시 같을 필요가 있다. 이것을 그대는 동의할 수 없는데, 그대
가 변계소집성의 자성自性은 자상自相으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기 때
문이며, 변계소집성의 자성이 자상으로 성립되지 않으면 변계소집성은 결
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류誤謬를 생기게끔 하는 자성自性과 특별히
가립된 외경外境 그것의 특성도 무자성無自性이므로 불합리하다. 이렇게 생
각하면서 『중관심론』은 “가립된 자성은 미혹된 것이 아니며, 미혹된 부분
과 미혹되지 않은 부분 등 여러 부분을 보았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한편, [유식파인] 그대가 변계소집성의 모든 자성(본성)이 미혹됐다고 말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그렇다면 세속제의 법chos[法, 존재나 관념]을 말살抹
殺하는 것이 되고, 세속제가 없으면 각각 스스로 증득하는 승의제의 자성
(본성) 역시 깨달을 수 없기 때문이다. 『중관심론』은 “그대는 사물을 말살시
켰다, 항상 경境을 부정하기 때문에”라고 [게송에서] 읊었고, 『사택염思擇
38)
焰』 은 “만약 문자와 의미가 일치하지 않는 자성自性의 사물을 각각 스스
38) 『중관심론』의 주석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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