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8 - 고경 - 2020년 7월호 Vol. 87
P. 148
다. 한편 유식파 당신들이 각종 경境·근根·식識에 현현顯現하는 것들은 무
시이래로 아뢰야식에 안치安置된 각자의 능력 때문에 이뤄진다고 주장하는
49)
데, 만약 그렇다면 진여를 대상으로 하는 지혜가 범부의 마음 에 생기게
된다는 것은 매우 모순된다. 범부들의 마음에는 이전에 진여를 대상으로
한 지혜를 생기게 하는 능력이 아뢰야식에 영원히 저장·안치安置되지 않았
기 때문이다. 만약 그 능력이 없는데 [지혜가] 생긴다면 그대들의 이론체계
에는 진여를 대상으로 한 지혜가 원인[因]이 없는 것이 되고, 허공의 꽃을
인식하는 지혜와 같게 된다.
이에 대해 『중관심론』은 “진여를 대상으로 하는 지혜, 능력은 안치되지
않았는데 어디서 나타나나? 허공의 꽃을 인식하는 지혜, 안치되지 않은
능력에서 나타나는 것은 불합리한 것처럼”라고 했고, 뒤 이은 주석에서도
“이전에 영원히 아뢰야식에 안치되지 않은 능력이 뒤에 놓인다는 것은 불
합리한데, 허공의 꽃을 인식하는 지혜가 생긴다는 것이 불합리한 것처럼”
이라고 설명했다. [유식파의] 이 이론체계는 외경外境은 존재하지 않고, 내부
의 아뢰야식의 능력에 의해서만 경境이 나타난다고 주장하고, 아뢰야식의
능력 역시 실제로 존재한다고 주장하기에 개념에서는[관습상·세속에서는] 오
류가 없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능력이 [이전에] 한 번도 안립安立되지 않았고
후에도 안치安置된 적이 없으므로, 이치상 [능력을 아뢰야식에게] 드리는[봉헌
하는] 것인가?[라고 (장꺄가 보기에) 청변은 생각한다] 『사택염』에서 “[중관심론] 본
문의 이 단락 앞에서, 항상 말한 적이 없었다. 자성이 공하기 때문에. 그
49) rgyud. 상속相續. 전후로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마음은 전후로 계속 이어지는 흐름
이므로 주로 마음을 가리킨다. rgyud에는 상속이라는 의미 외에도 ①현弦, 선線; ②유역流域, 지대地
帶; ③종류種類, 종속種屬; ④밀종密宗(탄트라) 등의 의미도 있다.
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