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 - 고경 - 2020년 7월호 Vol.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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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근 선사를 찾아갔습니다.
              찾아가 무슨 말을 걸어 보려고 하나 원오 스님은 절벽 같고, 자기 공부
            는 거미줄 정도도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원오극근 선사가 자기의 공

            부를 조금이라도 인정하는 기색이면 그를 땅 속에 파묻어 버리리라는 굳

            은 결심으로 찾아갔는데,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아하,
            내가 천하가 넓고 큰 사람 있는 줄 몰랐구나!’라고 크게 참회하고 원오 선
            사에게 여쭈었습니다.




                “스님, 제가 공연히 병을 가지고 공부인 줄 잘못 알고 우쭐했는
                데, 담당문준 선사의 법문을 듣고 그 후로 공부를 하는데 아무
                리 해도 잠들면 공부가 안 되니 어찌 해야 됩니까?”

                “이놈아, 쓸데없는 망상 하지 말고 공부 부지런히 해. 그 많은

                망상 전체가 다 사라지고 난 뒤에, 그때 비로소 공부에 가까이
                갈지 몰라.”


              이렇게 꾸중 듣고 다시 열심히 공부를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한번은 원

            오 스님의 법문을 듣다가 확철廓徹하게 깨달았습니다. 기록에 보면 ‘신오神
            悟’라 하였는데, 신비롭게 깨쳤다는 말입니다. 그때 보니 오매일여입니다.
            비로소 꿈에도 경계가 일여하게 되었습니다. 이리하여 원오 스님에게 갔

            습니다. 원오 스님은 말조차 들어보지 않고 쫓아냈습니다. 말을 하려고만

            하면, “아니야, 아니야[不是, 不是].”라는 말만 되풀이합니다. 그러다가 원오
            스님은 대혜 스님에게 ‘유구와 무구가 등칡이 나무를 의지함과 같다[有句
            無句, 如藤倚樹]’는 화두를 물었습니다. 그래서 대혜 스님은 자기가 생각할

            때는 환하게 알 것 같아 대답을 했습니다. 그러나 원오 스님은 거듭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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