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고경 - 2020년 7월호 Vol.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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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태고 선사   지금까지 중국 스님 이야기를 했는데, 우리나라 선문에 태

           고太古 스님이 계십니다. 태고 스님은 공부한 지 20여 년 만인 나이 마흔
           에 오매일여가 되고 그 뒤 확철히 깨쳤습니다. 깨치고 보니 당시 고려의 큰

           스님들이 자기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자기를 인가해 줄 스님도 없고, 자
           기 공부를 알 스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중국에 가 임제정맥을 이어 가지

           고 돌아왔습니다. 그 스님은 늘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점점 오매일여한 때에 이르렀어도                         漸到寤寐一如時

                다만 화두 하는 마음을 여의지 않음이 중요하다.                 只要話頭心不離.”     7)


             이 한 마디에 스님의 공부가 다 들어 있습니다. 공부를 하여 오매일여한

           경계, 잠이 아무리 들어도 일여한 8지 이상의 보살 경계, 거기에서도 화두

           를 알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앞에서도 말했듯이 몽중일여도 안
           된 거기에서 화두를 다 알았다고 하고 내 말 한번 들어 보라 하는 잘못된
           견해를 갖는다면 이것이 가장 큰 병입니다. 이 병은 스스로 열심히 공부해

           서 고치려 하지 않으면 고쳐지지 않습니다. 다 죽어가는 사람에게 좋은 약

           을 가지고 와, “이 약만 먹으면 산다.”며 아무리 먹으라 해도 안 먹고 죽는
           다면, 억지로 먹여 살려낼 재주 없습니다. 배가 고파 다 죽어가는 사람에게
           만반진수滿盤珍羞를 차려 놓고 “이것만 잡수시면 삽니다.”고 말해도 안 먹고

           죽으니, 부처님도 어찌 해볼 재주가 없습니다. 아난이 부처님을 30여 년이








           7)  『조선불교통사』 중편中篇 「태고어록 - 시소선인示紹禪人」조에 있는 구절이다. 이능화, 『조선불교통사』(상
             중편), 서울:경희출판사, 1968, p.232; 『태고록』(선림고경총서 21), 합천:장경각, 1991,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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