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고경 - 2020년 7월호 Vol.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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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모셨지만 아난이 자기 공부 안 하는 것은 부처님도 어쩌지 못했습니다.
              내가 항상 말하는 것입니다만 누구든지 아무리 크게 깨치고 아무리 도
            를 성취했다고 해도 그 깨친 경계가 동정일여動靜一如, 몽중일여夢中一如,

            숙면일여熟眠一如 하여야만 실제로 바로 깨쳤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동정일

            여도 안 되고, 몽중일여도 안 된 그런 깨침은 깨친 것도 아니고 실제 생사
            에는 아무 소용도 없습니다.
              참선은 실제로 참선해야 하고 깨침은 실제로 깨쳐야 합니다. 그래야 생사

            에 자재한 능력을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단지 생각으로만 깨쳤다고 하는

            것은 생사에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깨침이 아니라 불교의 병이요, 외도外
            道입니다. 참선의 근본 요령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의 공부는 실제로
            오매일여가 되어 영겁불망이 되도록 목숨을 던져 놓고 해야 하는 것입니다.

            신명을 아끼지 않고, 목숨도 돌보지 않고 부지런히 노력해야 합니다.

              부지런히 노력해야 한다고 하니까 어떤 사람은 “스님, 저는 화두를 배운
            지 십 년이 지났습니다만 공부가 안 됩니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공부를
            해도 안 된다는 것은 결국 공부를 안 했다는 말입니다. 마치 서울에 꼭 가

            고 싶으면 자꾸 걸어가야 끝내는 서울에 도착하게 되듯이, 십 년 이십 년

            을 걸어가도 서울이 안 보인다는 말은 서울로 안 가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는 말과 같습니다.



                            8)
            4. 불등수순 선사    불등수순佛燈守詢 스님이 있었습니다. 그는 오조법
            연 선사의 손제자孫弟子 되는 분으로, 대혜 선사와는 사촌 간이었습니다.





            8)  불등수순 선사의 일화는 『고애만록枯崖漫錄』 권하 「동산도원東山道源 선사禪師」조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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