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고경 - 2020년 7월호 Vol.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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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감혜근佛鑑慧懃 선사 밑에서 약 삼 년 동안 공부하였는데 불감혜근 스님

           이 가만히 살펴보니, 이 스님이 근기는 괜찮은데 게을러서 공부를 하지 않
           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불감혜근 스님이 한 번은 불등수순 스님을 조용히 불러 “네가

           내 밑에서 얼마나 있었느냐?”라고 물으니, “삼 년 있었습니다.”라고 대답했
           습니다. 그래서 삼 년 동안 공부한 것을 내놓으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되니
           불등수순 스님은 큰 일 났습니다. 삼 년 동안 밥이나 얻어먹고 낮잠이나

           자고 공부는 안 했으니 내놓을 것이 없었습니다. 드디어 불감혜근 스님께

           서 공부에 대해 한마디 물어보았으나 도무지 캄캄하여 대답을 못 하고 있
           었습니다. 그러자 불감혜근 스님은 “이 도둑놈, 밥 도둑놈아. 삼 년 동안
           내 밥만 축냈구나. 삼 년을 공부했다면 어찌 이것을 대답 못 해? 밥만 축

           낸 밥 도둑놈, 이런 놈은 하루 만 명을 때려 죽여도 인과도 없어.” 하고는

           마구 패는 것이었습니다.
             불등수순 선사는 가만있다가는 그냥 맞아 죽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안 맞아 죽으려고 도망을 쳤습니다. 비는 주룩주룩 내리는데 도망가다가

           처마 밑에 서서 가만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코도 입도 몸뚱이도 불감혜근

           선사와 똑같은데 왜 저 스님은 두들겨 패고, 나는 맞아야 하는가? 어째서
           저 스님은 도를 성취했는데 나는 이루지 못하는가?’
             이렇게 반성하며 다시 절로 들어가서는 자신이 스님에게 한마디 대답

           도 못 하고 밥 도둑놈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쫓겨났으니, 바로 깨치게 될

           때까지는 언제까지라도 자지 않고 눕지도 않고 오직 서서만 지내겠다고 대
           중에게 선언했습니다. 정진은 계속되었습니다. 밤이 되었는지 낮이 되었
           는지, 밥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도 잊은 채 계속

           정진하였습니다. 불감혜근 스님이 이를 보고는 용맹심이 대단하다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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