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6 - 고경 - 2020년 8월호 Vol.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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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麤重’이란 거칠고 무거운 번뇌에 의해 마음이 결박된 상태를 말한다. 두
려움에 짓눌리거나 큰 걱정거리나 업무에 대한 중압감에 시달리면 가슴에
돌덩이가 들어있는 것 같이 느껴지고, 자연히 몸과 마음이 경직되어 움츠
려 들게 된다. 경안에서 ‘경輕’은 ‘가볍게 한다’는 뜻이므로 크고 무거운 번
뇌를 제거하고 몸과 마음을 가볍고 유연하게 전환하는 것이 경안의 핵심
이다. 따라서 경안은 마음을 깃털처럼 가볍게 만드는 것이며, 마음에 날개
를 달고 번뇌의 늪에서 날아오르게 하는 것이다.
둘째는 조창신심調暢身心으로 ‘몸과 마음을 잘 조율하여 유연하게 편다’
는 뜻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표현이 바로 ‘창暢’이다. 이 글자는 ‘펴다’, ‘마
음이 누그러지다’, ‘통하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크고 무거운 번뇌가 가
슴에 가득하면 자연이 마음이 짓눌려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 같이 느껴진
다. 신체의 신진대사도 둔해져 체증滯症도 자주 발생하게 된다. 경안이란
그와 같이 종잇장처럼 구겨진 마음을 매끈하게 풀어주고, 기와 혈액 등이
잘 소통될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가볍고 유연하게 만드는 것이다.
셋째, 감임위성堪任爲性으로 무엇이든 잘 감당해 내는 마음으로 만드는
것이다. ‘감임堪任’이란 ‘감당하다’, ‘일을 잘 해내다’라는 뜻이다. 거칠고 무
거운 번뇌가 가득 차 있으면 마음 씀씀이에서도 여유가 사라진다. 번뇌 덩
어리가 마음을 차지해 버렸기 때문에 심리적 여유는 사라진다. 자연히 작
은 일에도 화를 내거나 쉽게 좌절에 빠지는 등 속 좁은 언행을 하게 된다.
반대로 번뇌를 제거하고 여유가 생기면 나쁜 일을 당해도 좋은 쪽으로 받
아들이는 아량이 생겨난다. 이처럼 마음이 넓어져 자기 앞에 놓인 상황을
감당해 낼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을 향상시켜 주는 것이 감임이다. 번뇌를
비우면 마음의 용적이 넓어지고, 그로 인해 유연함이 생겨나고, 결과적으
로 자신 앞에 놓여 있는 상황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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