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7 - 고경 - 2020년 8월호 Vol.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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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대치혼침對治惛沈으로 ‘혼침을 다스리는 것’이다. 세친의 『아비달마
            구사론』에 따르면 혼침이란 “몸과 마음의 무거운 성질[重性], 몸과 마음의
            유연하지 못한 성질[無堪任性], 몸과 마음의 혼미하고 침울한 성질[惛沈性]”

            이라고 했다. 몸과 마음이 무겁고, 유연하지 못하고, 혼미하게 가라앉은 상

            태가 혼침이다. 추중의 상태처럼 번뇌에 마음이 짓눌려 작은 일에도 화를
            내거나 의기소침해짐으로 상황을 감당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경안은 이런
            심리상태를 치료하여 마음을 가볍고 유쾌하게 만드는 것이다.




              가볍고 평온한 마음


              마음이 번뇌로 인해 무거워지면 표정도 무겁고 침울하게 변한다. 화를

            잘 내게 되고, 자존감이 줄어들고, 소외감에 시달리게 되어 상황에 대응

            하는 역량이 떨어진다. 반대로 경안은 마음을 가볍고 여유롭게 하는 것이
            다. 마음이 경쾌하고 아량이 넓은 사람은 역경이 닥쳐도 좌절하거나 무너
            지지 않고 슬기롭게 극복해 내는 능력을 발휘한다.

              나아가 밝고 경쾌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주변 사람에게도 평화와 행복

            을 느끼게 해 준다. 얼굴에는 미소를 띠고, 말은 부드럽고, 행동은 따뜻하
            다. 이런 행동거지는 재물을 갖지 않고도 보시를 실천하는 무외시無畏施와

            다를 바 없다. 문수 동자 게송에도 ‘성 안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面
            上無嗔供養具]’라고 했다. 밝은 표정으로 사람을 대하고, 따뜻하게 말하는 사

            람은 그 자체로 무한한 보시를 실천하는 삶을 사는 것과 다름없다.
              다만 유식의 경안심소는 선심소의 특징에 대해 논할 뿐 어떻게 그런 마
            음으로 전환시킬 것인가에 대한 설명은 없다. 마음의 메커니즘을 설명하

            는 것이지 수행론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경안을 얻기 위해서는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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