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8 - 고경 - 2020년 8월호 Vol.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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떻게 해야 할까? 무거운 번뇌를 털어내고 날개를 단 것처럼 마음을 가볍
게 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마음의 수행이 필요하다.
첫째, 바른 진리에 입각해 보고 생각해야 한다. 번뇌는 집착으로부터 생
기고, 집착은 무명無明으로부터 생긴다. 따라서 무상無常, 고苦, 무아無我라는
제법의 실상을 바로 보는 지혜의 눈을 떠야 한다. 지혜의 눈으로 보면 어리
석음이 사라지고, 부질없는 것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부정적 대상[境界]에 마음이 물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금강경』에
서는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모든 상相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마음속에 도
사리고 있는 온갖 에고와 자기중심적 고정관념을 버리라는 것이다. 나라
는 에고를 버리고, 무아無我의 이치를 통달하면 감정을 자극하는 부정적
대상[逆境界]를 만나도 마음이 물들지 않고, 감내할 수 있는 힘이 생겨난다.
셋째, 바른 진리를 깨닫고자 하는 발심發心과 원력願力을 세우는 것이다.
‘어떻게 머물러야 하는가[應云何住]’라는 수보리의 질문에 대해 부처님은 일
체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마음을 내라고 하셨다. 자기중심적 생각에서 탈
피하여 모든 중생의 행복을 추구하는 자비의 원력을 가지라는 것이다. 그
런 마음을 가질 때 작은 것에 연연하지 않고 마음을 허공처럼 넓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우화등선羽化登仙이라는 말이 있다. 날개가 돋아나 하늘로 승천하는 신
선을 말한다. 질척거리는 번뇌의 늪에서 벗어나 행복한 삶이 되려면 경안
이라는 날개가 필요하다. 다만 우리를 비상하게 하는 날개는 어깨에 돋아
나는 그런 날개가 아니다. 그 날개는 대상을 바라보는 지혜로운 눈이며, 상
황을 받아들이는 내 마음의 씀씀이다. 불법을 공부하고 수행하는 것도 결
국은 마음에 그와 같은 날개를 다는 과정이다. 지혜와 자비라는 두 날개
를 달고 번뇌의 늪에서 훨훨 날아오르는 것이 불자가 지향하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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