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0 - 고경 - 2020년 9월호 Vol.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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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일체유부의 논서 『아비달마품류족론』에 따르면 방일에는 여섯 가지
성질[性]이 있다. 즉, ‘닦지 않는 마음[不修]’, ‘익히지 않는 마음[不習]’, ‘별도
로 닦아 익히지 않는 마음[不別修習]’, ‘굳건하게 짓지 않는 마음[不堅作]’, ‘항
상 짓지는 않는 마음[不常作]’, ‘부지런히 닦고 익히지 않는 마음[不勤修習]’이
그것이다. 방일이란 단지 긴장이 풀어져 마음이 헤이해진 것만을 의미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악법을 끊고 선법을 실천하기 위해 부지런히 닦고 익
히고, 마음을 굳건히 하고, 항상 흐트러지지 않고 부지런히 닦고 익히는 것
이 수행자의 삶인데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방일이라는 것이다.
악을 막고 선을 실천하는 불방일
이상과 같은 방일의 반대 개념이 ‘불방일不放逸’이다. 선심소 중 아홉 번
째에 해당하는 불방일은 악을 행하지 않도록 막고 부지런히 선을 행하도
록 하는 마음작용을 말한다. 방일이 닦지 않고, 익히지 않고, 노력하지 않
는 마음이라면 불방일은 그 반대로 열심히 닦고 익히고 노력하는 성실한
자세를 말한다.
호법의 『성유식론』에 따르면 불방일의 본성[性]과 작용[業]에 대해서 다
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우선 불방일의 본성은 “근勤과 세 가지 선근[精
進三根]으로 하여금, 단멸하고 닦아야 할 것에 대해서 방지하고 닦는 것을
본성으로 삼는다[斷修防修為性].”고 했다. 11가지 선심소 중에서 정진과 더
불어 세 가지 선근인 무탐(무집착), 무진(자비), 무치(지혜)라는 심소가 잘 작
동해서 끊어야할 악은 끊고, 막아야할 악행을 방지하는 것이 불방일의 본
성이라는 것이다. 착한 심소들이 맡은 바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관찰하고
끊을 악은 끊고, 막을 악은 막는 것이 불방일의 본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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