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2 - 고경 - 2020년 9월호 Vol.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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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감각적 욕망과 같은 부정적 에너지에 끌려가게 된다. 반면 불방일은 마
치 목동이 송아지를 돌보듯 항상 자신에 대한 고삐를 잡고 있는 것과 같
다. 목동이 고삐를 놓치는 순간 송아지는 남의 밭에 들어가고, 남의 작물
을 망치게 된다. 상황의 주도권을 내가 쥐려면 고삐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고삐를 잡고 있는 한 상황에 대한 주도권은 내가 쥐게 된다.
마찬가지로 불방일은 자신에 대한 고삐를 놓지 않는 것이다. 자신을 성
찰하고 좋은 심소들이 상황 관리를 잘 하게 하면 자기 삶의 방향과 내용
은 자신이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방일하면 감각적 쾌락과 나태와 같은 부
정적 에너지가 나의 삶과 방향을 결정한다. 이렇게 보면 불방일은 자신에
대한 통제권을 잃지 않고 자기 삶을 주도하며,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태도임을 알 수 있다.
쉬고 싶을 때마다 쉬고, 놀고 싶을 때마다 놀고, 감각적 욕구만 쫓아간
다면 삶에서 성취란 있을 수 없다. ‘인생은 빛을 찾는 여행’이라고 했다. 삶
은 꿈을 꾸고, 그 꿈을 향해 걸어갈 때 본능의 이끌림을 물리치고 자신의
삶을 성취하게 된다. 부처님도 원력願力이라는 힘으로 사바세계로 오셨다.
우리들에게 원력은 삶에 대한 꿈이자 비전이다. 그런 것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업력에 의해 태어나 본능에 이끌려 살다가 소멸하고 만다. 본능에 이
끌려 사는 것을 지양하고 자신의 삶을 자신이 주도적으로 살아갈 때 의미
있는 삶이 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늘 자신에 대한 고삐를 놓지 않아
야 하는데 그것이 곧 불방일이다.
“모든 것은 무상하다.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라[諸行無常, 不放逸
精進]!” 이 말씀은 부처님께서 마지막 안거를 나시며 제자들에게 남긴 최후
의 유훈이다. 보통 ‘게으르지 말라’는 의미로 번역되지만 부처님께서 남긴
최후의 설법에 담긴 메시지가 바로 ‘불방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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