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5 - 고경 - 2020년 9월호 Vol.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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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데 이르러 말했다. ‘중국은 차를 좋아하면서도 엄하게 (국
가에서) 금지하는가? 우리나라에는 궁중에도 차를 사용하지 않
으니 (차를) 좋아하는 것이 각기 다름도 이와 같다.’ 시강관 김빈
이 답변했다. ‘중국인은 모두 기름진 고기를 먹습니다. 그러므로
차를 마셔 기름기를 내려가게 하려는 것입니다. 또 손님을 접대
할 때 반드시 차를 먼저 내고 뒤에 술을 냅니다.’[十二年庚戌十
二月, 御經筵講至搉茶法曰: ‘中國何好茶, 而嚴其禁乎? 我國闕
內亦不用茶, 好尙各異亦如是也.’ 侍講官金鑌曰: ‘中國之人, 皆
食膏肉, 故飮茶令下氣, 且當對客必先茶後酒.’]”
윗글은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 「세종」 조의 기사 내용인데, 당시 세
종은 시강관 김빈에게 중국의 차 전배 법[搉茶法]에 관해 물으며 “우리나라
에는 궁중에도 차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는 태종 때에 내린 조
치의 영향이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그럼에도 고려 말
기의 음다 습속은 조선 전기에도 이어졌다. 이는 기화己和의 「산중미山中味」
에 일단이 보인다.
산 깊고 계곡도 깊어 찾는 이 없으니 山深谷密無人到
종일토록 적막하여 세상 인연 끊겼도다. 盡日寥寥絶世緣.
낮이면 일없이 산봉우리에서 피어나는 구름을 보고 晝則閑看雲出岫
밤에는 텅 빈 하늘에 뜬 달을 보는데, 夜來空見月當天.
화로엔 향기로운 차 연기 가득하고 爐間馥郁茶煙氣
당 위엔 차 향기 가득 퍼지네. 堂上氤氳玉篆煙.
시끄러운 인간 세상 꿈꾸지 않아도 不夢人間喧擾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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