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6 - 고경 - 2020년 9월호 Vol.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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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고, 지구가 속한 태양계는 우리은하의 가장자리에 놓여 있다. 그러므로
           우리은하의 반대편에 있는 별에서 떠난 빛은 10만 년 전에 그 별을 떠나
           오늘 지구에 도착한다.

             우주의 진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10만 년이란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그

           별에서 빛이 떠난 다음에 그 별이 사라졌을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우
           리가 오늘 밤 관측하는 그 별은 지금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이 순
           간 그 별이 그곳에 존재하는지를 확인할 방법이란 없다. 예를 들어, 그 별

           이 지금 사라진다 해도 10만 년이 지나기 전에는 이를 확인할 수 없다. 앞

           으로 10만 년이 지날 때까지 우리는 그 별이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느낄
           것이다.
             안드로메다와 마젤란성운으로 시야를 확대하면 200만 년의 시간이 필

           요하다. 네안델타르인과 데니소반스와 호모엘렉투스가 호모사피엔스와 함

           께 살았던 시기에 안드로메다와 마젤란성운을 떠난 빛이 지금 이 순간 지
           구에 도착한다. 200만 년 전의 안드로메다와 마젤란 성운을 오늘밤 우리
           는 지금 이 순간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면서 본다. 환영幻影이다.




             세계와 진화의 역사


             우리의 눈에 우주의 모습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그 모습은 지금 이 순

           간 우주의 모습 그대로가 아니다. 우리가 보는 우주는 우주 전체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우리에게 나타나는 그 일부분의 우주마저 지금 이 순간
           의 모습이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간의 사건들이 서로
           중첩되어 나에게 나타날 뿐이다. 우주의 모습을 현재 있는 그대로 보지 못

           하는 것은 우리 눈에 문제가 있어서도 아니고 관측 기술의 문제 때문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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