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2 - 고경 - 2020년 9월호 Vol. 89
P. 112
출되었다. 그 일례가 선종오가에 대한 법맥의 논쟁이었다.
조계혜능(曹溪慧能, 638-713)의 문하인 남악회양(南嶽懷讓, 677-744)의 법
계에서 마조도일(馬祖道一, 709-788)의 출현과 함께 이후로 수많은 용상대덕
들이 출현하면서 가장 세력이 왕성한 종파로 발전하였다. 이런 즈음에 자
파의 지나친 우월의식은 정통법맥의 상승을 내세우는 과정에서 종종 법맥
을 날조하는 경우도 나타났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천황도오(天皇道悟,
748-807)와 천왕도오天王道悟의 진위眞僞 문제였다. 오늘날에는 선종사에
대하여 명백하게 천황도오를 통한 법맥의 상승으로 굳어져 있고, 천왕도
오의 경우 날조되었다는 사실이 정설이 되어 있다.
그러나 당 말기 이후 근 800여 년 동안 이 문제가 주장되어 왔다는 것
도 사실이다. 이에 대하여 청대 백암정부는 천왕도오를 부정하고 천황도
오의 법맥으로 계승되는 선종사를 확인했던 인물이다. 그런데 천왕도오로
계승되었다는 법맥의 주장은 조선시대 선종사의 법맥에까지 영향을 주었
다. 가령 청허휴정(晴虛休靜, 1520-1604)은 『선가귀감禪家龜鑑』에서 천왕도오
의 법맥을 그대로 수용하였고, 이어 환성지안(喚醒志安, 1664-1729)의 『선문
오종강요禪門五宗綱要』 및 백파긍선(白坡亘璿, 1767-1852)의 『선문오종강요사
기禪門五宗綱要私記』에도 그대로 전승되었다.
2. 출현 청대 초기의 인물인 백암정부白巖淨符는 중국 조동종 제29대
선사로서, 호는 위중位中이다. 절강성 백암에 오랫동안 주석하였다. 1667년
에 찬술한 『법문서귀』 및 1672년에 쓴 『조등대통祖燈大統』은 선종 법통설의
오류를 바로잡은 것이며 『인천안목고人天眼目考』 1권, 『송고적주頌古摘珠』 1
권, 『종문염고휘집宗門拈古彙集』 45권(1664) 등이 있다. 법맥은 담연원징(湛然
圓澄, 1561-1626) - 석우명방(石雨明方, 1593-1648) - 백암정부이다.
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