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 - 고경 - 2020년 9월호 Vol.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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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협소한 한계를 넘어서서 일체 생명을 위한 욕망과 물질이야말로 참다
            운 보배입니다.
              자기 개인을 위한 사리사욕은 물론 해독害毒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지

            만, 자아를 완전히 잊어버리고 오직 일체를 위해서만 사는 삶은 제불諸

            佛의 본원本願이며 보살의 대도大道입니다.


                “만 섬 쌀을 배에 가득 싣고 풀어놓았으나  萬斛盈舟信手拏

                 쌀 한 톨 때문에 뱀이 항아리에 갇혔도다.  劫因一粒甕呑蛇.”                 13)



            7. 불교의 사회 구제는 가능합니까?
              ‘구제’라는 어구는 불교에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모든 생명이 절대적 존

            재로서 일체의 생명이 불타 아님이 없으므로, 불교에 입문하는 첫 조건이

            일체중생을 부모와 같이 존경하고 사장師長과 같이 섬기며 부처님과 같이
            시봉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봉사’가 있을 뿐 구제와 구원은 없습니다.
              남을 돕는 것이 불공佛供임을 항상 역설하지만, 이 ‘남’이라 하는 것은 절

            대자를 지칭함이며 절대자는 불佛이므로, 남을 돕는 것이 즉 불공입니다.

              보통 남을 돕는다면 부자가 가난한 이를 돕는 태도인데, 이것은 참으로
            남을 도울 줄 모르는 것입니다. 참다운 도움은 병든 부모를 자식이 모시
            듯, 배고픈 스승께 음식을 드리듯, 떨어진 옷을 입으신 부처님께 옷을 지

            어 올리듯 하여 모든 ‘남’을 항상 받들어 모시는 태도만이 진정으로 남을

            돕는 것입니다.





            13) 『원오불과선사어록』, T47, p.224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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